(글로벌 신용위기)⑥실물 경제도 `쓰나미` 경보

부동산 부진으로 역(逆) 자산효과 부작용 본격화
미국 소비감소로 세계 경제 수출 및 교역도 타격
  • 등록 2007-08-16 오전 9:19:18

    수정 2007-08-16 오전 9:40:25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새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서브프라임 발(發) 신용 위기가 글로벌 실물 경제에도 본격적인 암운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부동산 둔화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타격을 미치고 경제 성장률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월마트와 홈디포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부실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고 주택 판매 부진도 심각하다. 주택시장 부진이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갉아먹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등장한 상태다.



이미 2분기 미국의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은 1분기 3.7%의 3분의 1 수준인 1.3%에 그쳤다. 소비가 위축될 경우 생산, 기업투자, 고용 등 실물 경제 전반의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주택 경기 부진이 고용 감소→소득 감소→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역(逆) 자산효과(negative wealth effect)`를 거론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 둔화는 미국 외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세계 최대 수입시장으로 미국의 소비가 줄면 아시아 및 유럽 각국의 수출 감소가 불가피하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글로벌 실물 경제 위기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 (글로벌 신용위기)⑤불똥, 다음엔 어디로? 
 
◇美 부동산 시장 휘청..주택판매 4년 최저, 집값 하락도 가속화

서브프라임 위기로 가장 타격받는 실물 경제 분야는 역시 부동산이다. 올해 2분기 미국의 주택 판매는 4년 최저 규모를 기록했고 미국 주요 도시 중 3분의 1 가량의 주택 가격이 하락했다.

전미 부동산 중개인협회(NAR)는 15일(현지시간) 올해 2분기 주택판매가 591만채로 2003년 2분기 이후 4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 또한 149개 대도시 가운데 50개 도시의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년 동기보다 1.5% 하락한 22만3800달러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에도 미국의 평균 주택 가격은 1.8% 떨어진 바 있다.

아파트 공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부동산 조사업체 레이스는 작년 5.8%였던 미국의 주거용 아파트 공실률이 올해 6.2%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시장 부진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하락과 직결된다. NAR은 부동산 둔화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 GDP 전망치를 지난해 2.9%보다 낮은 1.9%로 제시했다.

◇美 소비자 지갑 닫힌다..소비주도 경기침체(consumer-led recession) 전망도

소비 둔화는 유통업체들의 실적 악화로도 이어졌다. 최근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미국 최대 주택자재 판매업체인 홈디포는 모두 신통찮은 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월마트는 실적 전망도 하향했다. 월마트는 올해 주당순이익 예상치를 기존 3.15~3.23달러에서 3.05~3.13달러로 낮췄다. 3분기 주당순이익 전망치도 월가 전망 주당 68센트보다 낮은 65센트로 제시했다.

월마트의 리 스콧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말로 갈수록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데이빗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주도의 경기침체(consumer-led recession)`라는 용어까지 등장시켰다.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17년만에 처음으로 소비 주도 경기침체 단계의 초기에 진입했다는 신호들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용 위기가 연금 펀드의 손실로 이어져 서민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마켓워치의 어윈 켈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브프라임 위기가 주택 구입자 뿐 아니라 손실 규모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연금펀드에 가입하고 있는 서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우리 수출은 어떡해" 전전긍긍..WTO "교역 타격 불가피" 평가

미국의 소비 둔화 앞에 세계 각국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지난 몇 년 동안에는 `미국 부동산 호황→고용 및 소득 증대→미국 소비 증가→세계 각국 수출 호조→글로벌 경제 팽창`이라는 공식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공식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 알 수 없다. 미국의 최인접국 캐나다는 미국의 소비 감소가 자국 수출에 본격적인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고 울상이다. 실제 캐나다의 6월 수출액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수출국은 "미국 부동산 둔화가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는 지난 몇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WTO(세계무역기구)도 신용 위기로 세계 경제와 무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WTO는 올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이 작년 8%에서 6%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WTO의 로버트 테 이사는 "서브프라임 위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것이 내년 세계 경제 성장과 교역에 미칠 악영향도 증가한다"고 평가했다.

서브프라임 발 세계 경제 위기가 지난 2001년 닷컴 불황 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2001년 당시에는 클린턴 정권 시 축적한 대규모 재정흑자로 정부 지출 증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감세와 이라크 전쟁비용 지출로 막대한 재정적자를 만든 부시 정권은 정부 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넘치는 유동성으로 금리인하 여지도 거의 없다. 이 와중에 미국 경제의 생산성은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2001년보다 나쁘기 때문에 위기가 와도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논리다.

내셔널 뱅크 파이낸셜의 클레멘트 지냑 이코노미스트는 "몇 달 전에는 내년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35~40%였지만 이제 그 비율은 50%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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