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대우차 인수전의 입찰제안서 마감일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입찰 참가업체들의 인수전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제안서 제출 자격이 있는 업체는 미국의 GM과 포드, 유럽의 피아트와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리고 한국의 현대차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GM, 포드, 현대 등 3강이 인수 의사면에서 다른 업체를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대와의 컨소시엄 파트너로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어 주도적 역할에서 한 발 물러서 있다.
◇靜中動의 GM = 경쟁업체중 가장 의문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이 GM이다.
지난 2년전부터 인수의사를 밝히며 수의계약까지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GM은 그러나 막상 입찰마감이 나흘앞으로 다가오자 갑자기 "꼬리를 내린" 듯한 자세로 움직임을 감추고 있다.
경쟁업체 관계자는 "마치 결정된 이후의 모습같다"며 이같은 GM의 행보에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GM은 오히려 치밀한 인수전 준비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GM관계자는 "우리가 가장 먼저 인수의사를 밝혔고 그 때문에 우리가 갖고 있는 카드의 대부분이 드러난 상태"라며 "인수를 앞두고 인수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GM측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신 대우차 인수에 관한 GM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를 비롯, 대우와 GM의 오랜제휴 경험, 중형/소형차 부분에 대한 대우차의 성장전략 등을 입찰제안서에 충분히 녹여냄으로써, 채권단과 국민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나야 나, 포드" = GM에 비해 포드는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적극적이다.
포드는 본사의 해외사업부문담당 홍보 매니저인 미라 쿠마를 오는 7월2일까지 상주시키며 대우 인수전에 임하는 자사의 자세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라 쿠마 대변인은 최근 "최선의 조건을 제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 포드의 의지를 과시했다. 이와 관련, 포드측 관계자는 "수익성의 범위내에서 최대한의 조건을 채권단에게 제시하겠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대우차를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포드는 이 때문에 당초 방한 예정인 웨인 부커 부회장의 방한도 늦췄다. 쿠마 대변인은 "그는 본부에서 입찰 제안서의 마무리에 전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안을 위해 마감일 전날인 25일밤 데이비드 스나이더 이사가 직접 제안서를 갖고 올 예정이다.
포드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정작 한국기업의 관행인 非비즈니스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이 이뤄질까 걱정하는 눈치다.
GM이 단독 입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포드는 현대 등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 차이다. 포드측은 "최고경영진이 어떻게 해서든지 대우차를 인수하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쓰다, 재규어 등 종전 인수 업체에 경영 보장, 원만한 노사관계 유지 등 우수한 경영능력과 함께 풍부한 자금력을 어필하고 있다.
◇대형 이벤트를 준비하는 현대 = 규모면에서는 GM과 포드에 뒤지지만 현대자동차는 이번 입찰에서 최고의 후보가 아닐 수 없다. 국내 시장 참여자로서 "한국자동차산업의 보호를 위해"라는 감성적 설득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
현대가 준비하는 필승의 카드는 외국기업과의 제휴, 구체적으로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컨소시엄 구성이다. 이 카드는 현대가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독점이 심화된다는 지적을 피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는 컨소시엄에서 국내 공장의 지분율을 최대 19.9%로 설정하고 있다. 쌍용차와 제휴했던 다임러 입장에서는 국내시장에 자연스럽게 발을 디디는 이점이 있다.
올해초 대우차 인수와 관련해서 지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여론을 수개월만에 상당부분 희석시키는데 성공한 현대차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제휴를 계기로 국민여론은 물론, 채권단과 정부에 "대우차 인수가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설파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경쟁사의 관계자는 "이미 미쓰비시의 지분 34.6%를 갖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현대 컨소시엄에 참여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하지만 최근 이벤트를 잇따라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현대가 나름대로 확실한 카드를 갖고 있는 것같은 느낌을 받는다"며 초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