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 다시 돌아갔어도 우리는 너희들을 기억해…평생 우리의 마음 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할 거야.”(참사 희생자 메이, 티샤의 친구 카린)
이태원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도심에서 추모대회가 열린 가운데, 유가족들은 여전히 마음 속에서 보내지 못한 참사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추모대회에 앞서 사전집회 도중 유가족 측이 서울광장에서 분향소 기습 설치를 강행하며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경찰, 서울시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유족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가 하면, 추모대회 장소가 갑작스럽게 세종대로로 바뀌어 다소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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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서울시청 인근 세종대로에서 ‘100일 추모대회’를 진행했다. 붉은색 목도리에 ‘10·29’가 새겨진 별 4개 모양의 배지를 단 유가족들은 들고 온 영정사진을 서울광장 분향소에 차례로 설치하고 본집회에 참석했다. 네 개의 별은 희생자와 유가족, 생존자, 구조자를 뜻한다. 유가족을 비롯해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바닥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추모대회 발언에 나선 희생자 유연주씨의 언니 유정씨는 “우리의 시간은 10월 29일에 머물러 있는데 월드컵, 성탄절, 설 등 수많은 날들이 지나쳐갔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생자159명에 대한 약 1000개의 궁금증들이 발목을 잡는다”고 외쳤다.
희생자 조경철씨의 어머니 박미화씨는 “시간이 흐르고 100일 되어가는 와중에 아직도 10.29 그 날이 그대로 마음 속에 있다”며 “경찰이 자기들 목숨을 위해서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잃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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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경찰 통제선을 밀며 공간 확보에 나서면서 경찰과 서울시, 유족 측과 집회 참가자들이 충돌하며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 누나인 A씨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 공직자 수십여명이 강제로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이 가운데 껴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며 “의식을 완전히 잃었지만 응급조치한 뒤 의식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추모대회를 향한 서울시와 유가족 측 신경전은 개최장소 선정부터 이어졌다.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하면서 유가족들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라고 반발한 바 있다. 유가족 측은 이날 오전 광화문 북광장 옆 도로에 무대를 설치하며 추모대회 진행을 강행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북측에 분향소를 설치하겠다는 유가족 측의 요청에 대해 “‘열린광장’ 원칙에 어긋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는 전날 경찰에게 “불법 천막 등 설치를 저지해달라”는 시설 보호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