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만해도 이러한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복병은 항상 있게 마련입니다. 해외기초자산 부실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가 터지면서 몇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신용평가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우리 증권사들이 발행한 ABCP의 기초자산인 중국의 CERCG 회사채가 디폴트에 빠졌고, 잇따라 카타르국립은행(QNB) 정기예금 ABCP를 담은 머니마켓펀드(MMF) 대량 자금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를 평가한 신용평가 기관들에 대한 불신이 커졌습니다.
이는 이번 28회 SRE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제28회에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신뢰도는 역대 최고치 경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소폭 낮아졌습니다. 직접적인 이유는 ABCP의 부실한 기초자산에 대한 평가 문제입니다. 다만 조금 더 깊고 넓게 보면 이유는 그리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올해 전 세계 시장을 불안에 떨게 한 이슈와 연결돼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세계 시장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것들이어서 불안은 더 큽니다.
이럴 때일수록 신용평가 기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내외적 악재로 약해진 기업 펀더멘털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신용평가사들의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단 걱정이 나옵니다. 그동안 잘 해왔듯 악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기업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유지해야 합니다. 언론의 역할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데일리 SRE도 시장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