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블프 앞두고 과열 마케팅 ‘경보음’

6200만원 최신형 ‘벤츠’·1500만원어치 하와이여행권 등
초고가 경품 내걸어…현행법상 ‘출혈경쟁’ 규제방법 없어
  • 등록 2017-11-26 오전 11:13:48

    수정 2017-11-27 오전 9:13:10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6200만원짜리 2018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1500만원어치 하와이 여행상품권, 최대 100만원 환급까지…’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 사이버먼데이에 접어들면서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해외 직구족(族)을 대상으로 초고가 경품을 내거는 등 ‘손님 끌기’를 위한 마케팅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블랙프라이데이(11월 24일)에서 사이버먼데이(11월 27일), 크리스마스 세일(12월 24일), 박싱데이(12월 26일)로 이어지는 연말 해외직구 황금 시즌을 맞아 과도한 경품 제공이 자칫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은 실정법상 초고가 경품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소극적인 입장이다.

잠자는 ‘장롱카드’ 깨우자…은행계 카드사 숨은 전략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 비씨카드는 BNK부산은행과 공동으로 경품 이벤트를 실시한다. 1등 메르세데스 벤츠 E200 1명, 2등 300만원 상당 하와이 여행상품권 5명, 3등 스타벅스 커피쿠폰 998명 등 총 1004명에게 선물을 증정한다. 준비된 경품 액수만 약 8200만원에 달한다.

카드 신규 및 추가 신규 고객과 올해 8월 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신용카드 무(無)실적 고객이다. 이벤트 기간 중 카드 사용고객은 금액에 상관없이 전원 자동 응모되며, 1등 경품은 이용액 10만원당 1회의 추첨기회가 추가로 부여된다. 당첨자 발표는 내년 1월 23일이다. 카드승인액이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방식인데, 사행성이 다분하다는 평가다.

신한카드는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해외 온라인 이용액 10만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총 2211명에게 이용금액을 캐시백 해주는 이벤트를 연다. 1등(1명)에게는 기간 중 해외 직구 금액 전액을 100만원 한도에서 캐시백 해주고, 2등(10명)에게는 50%(50만원 한도), 3등(200명)에게는 30%(5만원 한도), 4등(2000명)에게는 5000원을 캐시백 해준다. 전체 환급금은 2600만원에 이른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기는 하나, KB국민카드는 30만원 이상 결제하면 이용금액에 따라 △30만원 이상이면 스타벅스 모바일 커피 쿠폰 1매 △50만원 이상이면 1만원 캐시백 △100만원 이상이면 2만원 캐시백 △200만원 이상이면 5만원 캐시백이 각각 제공된다.

삼성카드도 다음달 12일까지 아이허브, 아마존, 랄프로렌, 알리익스프레스 등에서 직접 구매하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준다. 삼성카드에서 선정한 해외직구 ‘Top 10(톱10)’ 쇼핑몰에서 삼성카드로 100달러 이상 결제한 고객을 대상으로 30만원이 넘는 발뮤다 토스터기를 비롯해 하만카돈 무선이어폰, 스타벅스 기프티콘 등이 마련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은행거래 시 신용·체크카드를 함께 발급받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 직구로 인한 수수료 수입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 해외쇼핑 대목에 임박해 단기간 1억원 넘는 마케팅 비용을 쏟는 데는 잠자는 ‘장롱카드’들을 깨우려는 은행계 카드사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카드모집 경우처럼 판촉 경품에도 제한 둬야”

문제는 카드사들이 독일산 수입명차까지 경품으로 내세우는 등 ‘제살 깎아먹기’ 식의 과도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규제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및 시행령을 보면 신용카드 모집에 한해 연회비의 10%를 초과하는 경품 제공만이 금지되고 있다. 카드모집인을 통해 연회비 1만원의 신용카드 회원에 가입하면 1000원까지, 연회비 10만원인 경우에는 1만원까지가 각각 경품 한도인 셈이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회사의 판매촉진을 위한 경품에는 따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마케팅 경쟁이 과열돼도 금융당국이 자제하도록 유도할 장치가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가 다가오면서 각 카드사들이 고객몰이를 위해 초고가 경품을 내걸어 사행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면서도 “현행법상 판촉을 위한 경품 액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감독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판촉 경품에도 신용카드 모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한선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시행령에서 경품의 소비자가격을 5000원 이내로 한정한 규정을 참조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유주선 강남대 법학과 교수는 “초고가 경품의 가액을 낮추는 방안을 여타 법 규정을 참고해 고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카드사들이 초고가 경품으로 고객을 현혹해 자사 카드결제를 유인한 뒤 실제 경품은 지급하지 않는 고객 기만행위가 있는지 여부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피해로 볼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들여다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재산상 이익 제공과 관련해 이사회 사전의결 등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 과다 지출은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1분기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등 6개 대형은행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했다. 경영실태 점검에서 과당 영업활동이 드러나 이들 은행에 ‘현지조치’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지방은행 6곳은 제외됐고, 카드·캐피탈 등 여전사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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