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강원도 화천 모부대에서 복무 중이던 오모(당시 28·여) 대위가 자신의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른바 15사단 여군 대위 사망 사건이다.
같은 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은 유족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하룻밤만 자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하면서 매일 야간 근무시키고. 아침에 출근하면 야간 근무 내용은 보지도 않고 서류를 던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인지 군 관계자들은 우르르 몰려와 “하룻밤만 자면 해결될 텐데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잡아뗐다. 유서에도 일기장에도 이런 내용은 없었다는 것이다.
군은 아예 처음부터 ‘성관계 요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할 작정으로 기자실을 찾은 것 같다. 끊임없는 성군기 문란사건이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판단한 군 수뇌부의 본능적 행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군이 마치 사실인양 ‘거짓’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자신들의 딸·여동생이 성희롱당했어도 이렇게 대처했었을까. 언론을 이용해 수뇌부의 불쾌함을 지우려한 군의 사고방식이 몹시 불쾌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