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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잘 타는 체질이어서 여름이면 가뜩이나 고생을 하는데 30도를 오르내리는 찜통 지하철에서 고역을 치른 것이다. 얼마 전에는 퇴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누군가 치마 밑으로 손을 집어 넣어 기겁을 했다.
25억1816만5000명. 지난해 서울 지하철이 실어나른 승객수다. 지하철은 서울에서 가장 싸고 빠르며 안전한 이동수단이다. 그러나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덮고 춥고 냄새나고 잡상인에 치한까지, 1000만 시민의 발은 오늘도 고달프다.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하고”
“난방을 해야할지 냉방을 해야할지 애정남에 묻고 싶을 때가 많다.”(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
냉난방 문제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1234호선), 서울도시철도(5678호선), 메트로9호선(9호선) 3사의 공통된 고민이다. 서울메트로 콜센터에 올해 들어 9월까지 전동차 냉난방 문제로 제기된 불편신고는 8만8180건이나 된다. 총 불편신고(12만8988건)의 3분2가 넘는다.
문제는 단순히 여름에 냉방온도를 낮추고 겨울에는 난방온도를 올린다고 냉난방 민원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체질과 복장상태 등에 따라 승객 간의 체감온도 편차가 커서다. 서울도시철도가 올 들어 7월까지 발생한 냉난방 민원 6918건을 분석한 결과, 덥다는 민원이 6225건으로 90%를 차지했으나 춥다는 민원도 693건(10%)이나 됐다. 서울도시철도 관계자는 “동일차량에서 동일시간대에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접수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 사업자들은 약냉방칸, 약냉방 좌석을 별도로 운영하고 불편신고가 접수되면 기관사에게 전달해 차량온도를 조절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에 따라 냉난방 온도를 조절하는 차량별 온도제어 장치와 날씨와 기온에 따라 최적온도를 설정하는 메뉴얼을 개발하는 등 냉난방 민원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지하철 불편신고 중 냉난방 다음으로 많은 것이 ‘열차 내 질서저해 행위’다. 흡연, 음주, 고성방가, 구걸, 잡상인, 무가지 수거 등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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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하철 내 성범죄는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2009년 적발건수가 674건이던 성범죄는 지난해 1291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서는 8월말 현재 653건을 기록 중이다. 특히 승객이 붐비는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할 경우 신고할 방법이 없고 범법행위자가 부인하면 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피해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지하철보안관 170명을 투입, 지하철경찰대와 연계해 역사내 순찰을 강화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성범죄 발생빈도가 높은 2호선과 7호선 열차 내부에 CCTV를 설치,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CCTV가 범죄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이를 다른 노선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만으로는 하루 수백만 인파가 이용하는 지하철 내 범죄행위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법권을 갖고 있는 지하철경찰대는 2006년 227명에서 올해 103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며 “사법권이 없는 지하철보안관이나 역사 근무자만으로는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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