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톨 브라더스 쇼크`..부동산 붐 끝났나

톨 브라더스 "주택경기 9월부터 냉각"..금리동결 기대감도
  • 등록 2005-11-09 오전 9:28:20

    수정 2005-11-09 오전 9:28:20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미국의 부동산 경기 과열이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냉각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8일 미국 최대의 고급주택 건설업체인 톨 브라더스가 내년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부동산 붐이 끝났다는 인식이 금융시장에 급격한 파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부동산 경기 하락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긴축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이어져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힘을 얻고 있다. 부동산 관련 기업의 실적악화는 물론 성장률 둔화 등의 마이너스 효과를 끼쳐 연준의 최대 관심사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집값 오름세 끝났다'..경착륙 보다는 연착륙 올듯

톨 브라더스는 8일(현지시간) 내년 주택판매 전망치를 9500∼1만200호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보다 400∼700호 낮춘 것이다.

톨 브라더스의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톨은 "내년 주택가격 상승세는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내년의 경기는 최근 2년간의 모습보다는 최근 10년간의 평균적인 양상에 더 가까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톨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갑자기 요즘 신문의 부동산광고에서 특별 인센티브니 특별 판매니 하는 것들이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대적인 신호"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그는 부동산시장은 이미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9월초부터 냉각되기 시작했으며, 단기 차익을 노리고 콘도를 샀던 사람들은 낭패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진짜 투기꾼들은 이미 시장에서 사라져버렸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간 지속된 연 10%대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상승세 둔화를 부동산 가격 거품이 터진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페덱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진 후앙은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집값이 소득 증가율을 앞지를 정도로 너무 급속도로 오랜 기간 올랐다"고 평가했다.

다만, 톨 브라더스도 그렇고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도 부동산 시장의 경착률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주택수요 둔화..모기지 수요 급감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모기지론 대출금리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로 인해 주택구입 자금 창구 역할을 하는 모기지론 수요도 감소세로 전환했다.

미국 2위 모기지 대출 기관인 프레디맥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리인상과 주택수요 둔화로 인해 소비재를 구매할 수 있는 시중 자금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주택 보유자들은 모기지 대출을 이용해 올해 2040억달러의 현금을 손에 넣을 수 있었으나, 내년에는 그 규모가 44%나 줄어들 것이라는게 프레디맥의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요 은행 대출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분기까지 계속 증가세를 보이던 신규 모기지론 수요가 최근 분기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들은 또 최근 2년간 모기지론 대출 기간 제한을 완화하면서도 대출 자격 기준을 특별히 강화하지 않았다고 답해, 주택구입을 위한 모기지론 수요가 실질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30년만기 고정금리 모기지 평균 이자율은 전주보다 0.16%포인트 급등한 6.31%를 기록해 지난해 6월이후 가장 높았다.

◇FRB 관심 인플레서 성장으로 옮겨갈까

부동산시장 냉각은 채권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강도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부동산 시장 거품을 경계하면서 지난해 6월부터 이달까지 12번연속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부동산시장 냉각은 통화긴축 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경기 냉각은 소득감소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미 국채 수익률이 2주만에 처음으로 이틀연속 하락한 배경에는 이같은 경기후퇴 가능성도 한 몫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는 지난달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틀림없이 해소될 것이고, 이 경우 3~6개월내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내년이나 내후년 미국내 실질 집값이 하락할 경우, 경기 후퇴(recession)가 불가피하다"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중반쯤에는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는 또 최근 10년물 국채 수익률과 2년물 국채 수익률간의 스프레드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는 전형적인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연준의 긴축정책 사이클이 거의 끝에 다다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빌 그로스 "버냉키, 틀림없이 금리인하할 것"(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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