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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한 지인은 “해외 출장을 가기 전 외국인 동료들에게 줄 기념품 사기가 어려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기념품을 추천해달라고도 해봤지만, 돌아온 건 K팝 굿즈, 전자제품, 먹거리. 화장품 등 대답이 저마다 달랐다. 서울 인사동 매장도 들렀다는 그는 “하회탈, 짚신, 한복 인형 등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그냥 왔다”며 “10년 전과 비교해 파는 게 달라진 게 없더라”고 아쉬워했다.
이는 한국적 특성을 담으면서 세대와 성별을 모두 아우르는 대표 기념품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초콜릿’, 스위스 ‘다용도 군용칼’, 베트남 ‘연유커피’ 등은 누구나 현지에 가면 사오는 소위 ‘잇템’들이다. 이처럼 관광선진국이나 유명 관광지는 지역 문화나 특성을 결합한, 현지에서만 살 수 있는 인기 제품이자 기념품을 갖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한국적인 ‘잇템’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매년 실시하는 ‘대한민국 관광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1988년 시작된 이 공모전을 통해 24년간 발굴한 관광 기념품만 2000여개에 달한다. 올해 공모전에는 전년 대비 80% 가까이 늘어난 643점이 접수됐고 최종 30점이 올해의 관광기념품 타이틀을 달았다.
다만 파편화된 판매 루트는 개선할 점이다. 현재 공모전 홈페이지에선 제품 소개만 할 뿐 직접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박람회 이후 제품을 사고 싶으면 소개 페이지에 표기된 링크를 타고 판매처로 들어가거나 판매자에게 구매 방법을 개별 문의해야 한다. 특히 주요 구매객인 외국인에게 현재의 방식은 복잡하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수익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로 직접 판매를 못하는 것인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개선의 움직임은 보인다. 전시회 현장을 찾은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역마다 특화된 기념품 만드는 게 숙제였는데 직접 와 보니 괜찮은 아이템이 많다”며 “지방 순회 시 지역의 우수 기념품을 함께 챙기겠다”고 밝혔다. 남은 것은 실천이다. 특히 유 장관의 말대로 현장에 달려가 ‘가려운 곳을 긁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아래 세계가 사랑하는 한국적인 기념품이 탄생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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