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술탄의 꿈`은 이뤄질 것인가.
이슬람교 종교적 최고 권위자인 칼리프로부터 부여받는 칭호로 세속 이슬람 국가에서 정치와 행정, 군사상 실권을 모두 장악한 지배자를 뜻하는 술탄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사진) 터키 대통령의 최종적인 꿈이다. 그 꿈이 실현될 것인가가 바로 이틀 뒤인 1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터키 국민투표에서 결정된다. 터키 국민들은 의회 민주주의를 고수하느냐 아니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새로운 체제를 받아들이느냐 하는 근대 터키공화국 수립 이후 가장 큰 정치체제 변화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이번에 국민투표에 부의된 개헌안 자체가 비(非)민주적인데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나친 이슬람화(化)를 추진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발생한다. 이번 개헌안은 총리직을 폐지하는 대신 부통령직을 신설해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그 권한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4년마다 치러지는 총선을 5년으로 고쳐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르도록 한다. 대통령은 장관을 비롯한 공직자 임면권과 의회 해산권, 의회 동의없는 국가비상사태 선포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며 정당 참여도 가능해진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2019년 발효되는데 만약 개헌이 성공한다면 지난 2003년부터 터키를 통치해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장기 집권이 가능하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을 노리고 있는 에르도안은 터키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말 파샤(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지켜온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 전통에서 벗어나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그는 공공장소와 대학에서 히잡을 착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지난 2008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역사의 수레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세속주의를 지지하는 군부가 지난해 쿠데타를 일으킨 이유 중 하나도 에르도안의 지나친 이슬람화에 대한 경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대로 에르도안은 쿠데타로 인해 피폐해진 관광산업과 둔화되고 있는 경제성장을 되돌기 위해 정치적 안정이 급선무이며 이 때문에 개헌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 에르도안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정부에 반대하는 5만여명의 시민을 체포 구금했고 10만명 이상의 공무원들이 해고됐다. 이들중 쿠데타에 가담하거나 관련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많은 서방국가들은 개헌이 성공할 경우 터키내 민주주의는 더욱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