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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건축은 가장 친숙하고 ‘벽’이 낮은 미술의 한 부문이다. 사람의 일상과 늘 함께하는 것이 건축이라서다. 그런 이유로 건축은 쉬운 듯 어려운 부문 중 하나로도 꼽힌다. 일상적인 공간을 특별하게 또는 특별한 공간을 일상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축은 대단히 매력적인 분야다. 기능적인 요소를 더할 때에야 디자인적 요소를 풍성하게 살려낼 수 있어서다.
1986년 8월 25일 신축 개관을 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30주년을 맞아 역사와 의미를 돌아보는 특별전으로 건축가 김태수(80)의 삶과 건축인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회고전을 연다. 과천관은 김태수가 직접 설계한 미술관이다. 2014년에 시작한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 중 건축분야에서 두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자연과 조화…‘초가 파노라마’를 건축에 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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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칸 예일대 건축과 교수의 건축세계에 빠져 이곳에서 유학을 하는 동안 그는 상당한 시간을 방황했다. 어떤 건축을 해야 하는지의 근본적인 물음 때문이었다. 해결은 초가에서 찾았다. 한 채의 초가는 초라하지만 초가들의 지붕이 겹겹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하늘·땅·언덕이 하나가 되는 순간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방황의 사간은 끝났다.
이후 작가는 ‘미국 해군 잠수함 훈련시설’(1979), ‘하트퍼드대 그레이센터’(1987), ‘튀니지 미국대사관’(2002) 등 미국의 공공시설을 다수 설계하며 건축역사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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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 흔한 ‘화강암’을 쓰다
김태수는 1986년 완공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을 설계하며 국내 건축계에도 한 획을 그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상징할 수 있는 건축물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정부는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던 건축가 김수근과 김태수에게 지명 현상을 제안했다. 응모 결과 최종적으로 김태수가 결정됐다. 하지만 대지면적 7만 3360㎡(약 2만 2190평)의 광활한 부지에 어떤 건축물을 세워야 할지 김태수는 큰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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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수는 과천관을 지으며 또 한 가지 ‘우리 것’을 넣었다. 다름 아닌 화강암이다. 화강암은 국내서 가장 흔한 돌이며 과천관을 둘러싸고 있는 청계산·관악산 일대도 모두 화강암 천지였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태수는 당시 멋진 건축물에는 으레 대리석을 주로 쓰던 유행과 관례를 무시하고 화강암을 외벽에 쓰는 파격을 단행했다.
‘볼품 없는’ 소재라는 반대를 무릅쓰고 화강암으로 과천관을 완공하자 오히려 반응은 좋았다. 과천관은 주변 산과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경을 연출한 덕이다. 서울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남태령에선 과천관이 주변 산과 어우러져 멋진 파로나마 전망을 선사한다.
전시에 앞서 김태수는 전시장을 직접 찾아 설계도면과 모형을 일일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완성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건축가가 건축의 콘셉트를 잡고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고 모형을 만들어낸 전 과정이 담겨 만족스럽다”는 그는 “국내 후배 건축가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모색 중”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전시는 6월 6일까지다.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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