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키운 아들이..." 알고보니 남의 정자로 시험관 시술

  • 등록 2024-03-16 오후 12:22:45

    수정 2024-03-16 오후 12:22:4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과거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친부가 아닌 다른 남성의 정자로 시험관 시술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부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교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A씨 부부는 지난 1996년 난임을 겪다가 시험관 시술을 받고 이듬해 아들을 낳았다.

이후 아들이 5살이 되던 해 간염 항체 검사를 위해 소아과를 찾았다가 아들이 부부에게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라는 걸 알게 됐다.

A씨 부부가 이에 대해 묻자 시술한 교수는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혈액형 돌연변이가 나온다”며 “당신들 아이가 맞으니 안심하고 키워라”라는 답했다고.

그런데 아들이 성인이 된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엄마와는 일치하지만 아빠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고, 결국 A씨 부부는 지난해 해당 병원과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측은 A씨 부부에게 “자연 인심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위로금 100만 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A씨 부부는 “시술 직후 건강 문제와 유산 우려로 곧바로 입원했으며 당시 진료(의무)기록지도 갖고 있다”며 “제가 외도한 것처럼 보도가 나가서 무척 화가 나 있다. 굉장히 모욕적이고 진짜 이제는 용서도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JTBC 사건반장 방송 캡처
A씨 부부뿐만 아니라 약 1000여 건의 인공 시술을 한 교수는 이미 6년 전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부부에 따르면 교수는 현재 법률대리인을 통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박지훈 변호사는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소멸 시효’다. 그런 사실이 있은 날로부터 10년, 그것을 알고 난 날로부터 3년이 지나가면 소멸 시효가 걸려서 더이상 소송으로 다툴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가 좀 있다. 특히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그 시간이 지났을 때는 그 시기를 뒤로 미룰 수도 있다”며 “중요한 건 나중에 혈액형을 알고 물어봤을 때 그때 얘기를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때 의무가 발생했다면 그것도 시점으로 볼 수 있고 아들이 인지했을 때, 그때부터 계산한다면 소송할 때 소멸 시효와 관계가 없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A씨 부부는 “아들의 혈액형이 의심돼 처음 교수를 찾아갔을 때라도 실수를 인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원망스럽다”며 “진심 어린 사과와 진실 규명을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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