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식각 기술로 CES 혁신상…“일본에 종속된 시장 바꿀 것”

미세 가공 전문기업 ‘볼트크리에이션’
건식 식각 기술로 OLED 핵심 부품 FMM 개발
세계 두 번째 500ppi FMM 양산…“국산화 앞장”
‘브이 글라스’ CES 혁신상…“내년 매출 본격화”
  • 등록 2023-12-03 오후 12:00:00

    수정 2023-12-03 오후 12:00:00

[오산(경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가로 7㎝, 세로 15㎝의 마스크 안에 400만개의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한 번 만져보세요.”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는 지난달 30일 경기도 오산공장에서 자사 핵심 기술이 담긴 ‘파인 메탈 마스크’(FMM)를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인 FMM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작고 촘촘한 구멍이 있는 얇은 금속판이다.

최상준 볼트크리에이션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기 오산공장에서 미세 현미경으로 관찰한 파인 메탈 마스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벤처기업협회)
실제 마스크 겉면을 만져보니 구멍이 뚫려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매끈한 촉감이 느껴졌다. 미세 현미경으로 관찰하자 균일한 모양과 크기로 촘촘하게 나열된 구멍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구멍을 가공하는 ‘식각(에칭)’ 기술이 이 회사의 경쟁력이다.

FMM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판에 증착해 스마트폰의 빛과 색을 내는 데 사용한다. 적색·청색·녹색(RGB) 픽셀을 기판에 새길 때 FMM이 ‘모양 자’ 역할을 함으로써 미세 구멍 사이로 각 픽셀들이 섞이지 않고 제자리에 증착할 수 있다. FMM의 구멍 크기가 OLED 화면의 해상도를 좌우하는 셈이다.

볼트크리에이션은 국내 최초, 세계에서 두 번째로 500ppi(인치당픽셀수) 모바일용 FMM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식각 공정 과정에서 화학물질이 아닌 이온 빔을 사용해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고 저온 식각으로 열 발생에 의한 재질 변화가 없는 게 특징이다. 기존 습식, 레이저, 전주도금 공정과 달리 3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고해상도 구현도 가능하다.

최 대표는 “스마트폰 OLED 해상도가 2015년부터 500ppi 수준에 멈춰있는 이유는 습식 식각 방식의 일본산 FFM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며 “습식 식각은 40㎛ 이하 미세 가공이 불가능한 반면 건식 식각은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ppi를 한층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OLED 분야 전 세계 1위지만 핵심부품인 FMM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 일본 시장에 종속된 상황”이라며 “자체 개발 기술을 통해 국산화, 세계 일류화에 나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CES 2024 혁신상을 수상한 볼트크리에이션의 브이 글라스. (사진=김경은 기자)
볼트크리에이션은 FMM뿐 아니라 건식 식각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올해 출시한 렌즈 커버 ‘브이 글라스(V-glass)’는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볼트크리에이션이 CES 혁신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브이 글라스는 식각을 통해 렌즈 표면 성질을 바꿔 물방울이 맺히지 않도록 한 제품이다. 악천후에도 시인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카메라 및 모빌리티 업계에서 수요가 높다. 실제 이날 공장에서 일반 유리와 브이 글라스를 나란히 놓고 물을 뿌리는 시험을 한 결과, 브이 글라스를 설치한 카메라 화면이 뚜렷하게 촬영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브이 글라스는 내년부터 자동차 사이드 미러나 후방 카메라에 적용돼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FMM은 이미 국내 시장 규모만 1조원이 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매출은 미미하지만 총 250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를 유치하며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며 “내년에는 상반기에 매출 50억원을 달성하고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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