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이재용 기소되면 ISD 소송서 한국 '불리' 관측

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부당하다며 중재 신청
검찰 관점과 비슷한 주장…직간접적 영향 불가피
  • 등록 2020-06-21 오전 11:34:53

    수정 2020-06-21 오후 1:54:3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2018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해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ISD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ISD는 해외 투자자가 상대국의 제도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는 제도다. 엘리엇은 중재 재판부에 149쪽짜리 소장을 내고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간섭 때문에 양사 간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았는데도 찬성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ISD 최종 판결은 내년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기소될 경우 ISD 소송이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더라도, 사법부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무죄로 판결할 경우 엘리엇과의 소송에서 한국 정부는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사법부가 검찰의 손을 들어줄 경우 엘리엇은 이를 근거로 ISD 소송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8000억원 규모의 국부 유출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당시 합병에 반대했던 엘리엇의 주장과 이 부회장을 수사 중인 검찰의 관점이 비슷하다”며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 ISD 소송에 직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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