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군은 그동안 대학병원과 한의원 등을 다니며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봤지만, 별다른 효과 없이 부작용에만 시달리고 평균 한 달에 한번 꼴로 발작 증상이 계속돼 일상적인 생활에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간혹 주변에 김 군과 같이 어릴 때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흔히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을 두고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epilepsy)’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외부에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의학적 지식이 무지했던 예전에는 ‘정신병자’, ‘귀신 들린 사람’ 등의 낙인을 찍으며 치료가 어려운 유전적 성향이 강한 선천적 질환으로 인식되었으며, 그릇된 선입관으로 아직까지 사회적 편견을 갖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뇌전증은 뇌파 등의 의과학 기기나 신경생리학의 발달로 인해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와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간주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조절이 가능하며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약물 치료가 어려운 뇌전증을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경우 수술적 치료나 케톤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보통 2년 동안 최소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충분히 썼음에도 불구하고 월 1회 이상 경련이 반복되는 경우 ‘난치성 뇌전증’으로 보고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뇌파 모니터링, MRIㆍPET 등 진단기술과 뇌전증에 대한 수술 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부분발작인 측두엽뇌전증 또는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의 원인이 뚜렷한 경우 수술을 통해 높은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박용숙 교수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한 경우에는 최근에는 미주신경이나 대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뇌신경 자극술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아주 가느다란 전기선으로 끝에만 약하게 뇌에 일정한 전기 자극을 주어 뇌 손상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며 “전기자극발생기와 미주신경자극전극을 체내에 삽입하고, 지속적으로 미주신경을 적절히 자극해 뇌전증 발작의 횟수와 정도를 줄이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자극과 관련된 합병증은 외부에서 자극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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