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으로 알고 있는 간질(뇌전증) ...치료 가능한가?

뇌전증 환자 70%는 항경련제 복용하면 경련 발작 멈출 수 있어
난치성뇌전증 20~30%는 미주신경/뇌신경자극술 및 수술로 치료
  • 등록 2018-02-09 오전 8:34:18

    수정 2018-02-09 오전 8:34:18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2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김 모 군은 갑자기 발작 증상이 나면서 손발이 떨리고 입과 눈이 돌아가면서 거품을 물고 쓰러져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난치성 뇌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군은 그동안 대학병원과 한의원 등을 다니며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해봤지만, 별다른 효과 없이 부작용에만 시달리고 평균 한 달에 한번 꼴로 발작 증상이 계속돼 일상적인 생활에 심한 어려움을 겪었다. 간혹 주변에 김 군과 같이 어릴 때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흔히 ‘간질’로 불리는 ‘뇌전증’을 두고 불치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뇌전증(epilepsy)’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외부에서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의학적 지식이 무지했던 예전에는 ‘정신병자’, ‘귀신 들린 사람’ 등의 낙인을 찍으며 치료가 어려운 유전적 성향이 강한 선천적 질환으로 인식되었으며, 그릇된 선입관으로 아직까지 사회적 편견을 갖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병이기도 하다.

그러나 뇌전증은 뇌파 등의 의과학 기기나 신경생리학의 발달로 인해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병소를 제거하면 증상의 완화와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간주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고혈압, 당뇨처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조절이 가능하며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도 있는 질환이다.

박용숙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전증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는 항경련제를 일정기간 적절히 복용해 경련 발작을 멈추게 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신경세포의 흥분을 억제시키고, 발작을 억제하면서 부작용이 적은 새로운 항경련제가 개발돼 일반적으로 전체 뇌전증 환자 중 약 40% 정도는 2~3년간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면 재발하지 않고 완치되며, 약을 복용하더라도 재발하는 40%는 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여 소발작 형태로 증세를 완화할 수 있으며, 나머지 20~30%는 수술을 통해 부분적으로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가 어려운 뇌전증을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경우 수술적 치료나 케톤식이요법, 미주신경자극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보통 2년 동안 최소 2가지 이상의 약물을 충분히 썼음에도 불구하고 월 1회 이상 경련이 반복되는 경우 ‘난치성 뇌전증’으로 보고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뇌파 모니터링, MRIㆍPET 등 진단기술과 뇌전증에 대한 수술 기법이 발달하고 수술 성적이 향상되면서, 부분발작인 측두엽뇌전증 또는 뇌종양이나 동정맥 기형 등 뇌전증의 원인이 뚜렷한 경우 수술을 통해 높은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실제 대한뇌전증학회의 역학조사(2013년 유병률)에 따르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약 5만 여명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중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40~50% 수준인 약 2만~2만5천명이며, 연간 4천~5천명의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용숙 교수는 “수술적 치료가 불가한 경우에는 최근에는 미주신경이나 대뇌 깊은 부위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뇌신경 자극술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아주 가느다란 전기선으로 끝에만 약하게 뇌에 일정한 전기 자극을 주어 뇌 손상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며 “전기자극발생기와 미주신경자극전극을 체내에 삽입하고, 지속적으로 미주신경을 적절히 자극해 뇌전증 발작의 횟수와 정도를 줄이며,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환자에게 부담이 적고, 자극과 관련된 합병증은 외부에서 자극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숙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환자의 보호자에게 ‘뇌전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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