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수첩]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한국의 자동차들

  • 등록 2017-01-25 오전 6:14:06

    수정 2017-01-25 오전 6:14:06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2017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16-17 아시안 르망 시리즈 최종전의 취재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쿠알라룸푸르와 16-17 아시안 르망 시리즈 최종전이 열리는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을 오가며 취재 일정을 소화했다. 쿠알라룸푸르와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 등 말레이시아를 오가는 동안 다양한 자동차를 만날 수 있었는데 과연 말레이시아에서는 어떤 한국 자동차를 만날 수 있을까?

자국 브랜드와 일본 브랜드가 이끄는 자동차 시장

말레이시아 도로 위의 한국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먼저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말레이시아에는 우리로 치면 현대, 기아자동차와 같은 ‘자국 브랜드’가 존재하는데 이들의 이름은 페로듀아(Perodua, 시장 점유율 35.7%)와 프로톤(Proton, 시장 점유율 12.5%)이다. 두 업체의 차량은 도로 위 차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한편 수입자동차 시장은 일본 브랜드들이 주도를 한다. 시장 점유율 15.8%로 말레이시아 자동차 점유율 2위의 혼다를 시작해 토요타가 11.0%, 닛산이 7%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마쯔다와 닛산이 2.2%와 2.1%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차종으로 본다면 토요타는 캠리, 혼다는 콤팩트 모델인 시티와 시빅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10세대 시빅은 도로 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닛산은 소형 세단 아멜라가 마쯔다는 콤팩트 모델인 마쯔다2, 마쯔다3는 물론 크로스오버 모델인 CX-5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편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무척 낮은 수준이다. 실제로 취재 기간 동안 한국의 자동차를 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 내 브랜드 점유율을 살펴보면 현대자동차가 0.9%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기아자동차가 0.8%를 차지해 두 브랜드가 합쳐 말레이시아 내 2%의 점유율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가격 장벽을 넘지 못하는 현대,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말레이시아에서 낮은 점유율이 이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높은 관세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수입된 차량에 대해 엄격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적용하기 때문에 국산 브랜드의 두 배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판매 증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일본 브랜드’에 철저히 제압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장에서 대부분의 차량들이 대립되고 있는 토요타, 혼다, 닛산과 마쯔다 등 많은 일본 브랜드들이 현대, 기아자동차보다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혼다, 토요타, 닛산 그리고 마쯔다 등 많은 일본 브랜드들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반떼, 쏘나타 그리고 스타렉스가 돋보이는 현대자동차

단 0.9%에 불과한 점유율이기 때문에 차량을 현대차를 만나기 힘들지만 콤팩트 모델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의 특성에 따라 현대자동차 역시 콤팩트 세단인 아반떼(현지 명 엘란트라)가 주류를 이룬다. 말레이시아의 도로에서 만난 아반떼는 비교적 구형 모델인 아반떼XD와 아반떼HD이 간혹 보였고 그 외에는 대부분이 아반떼MD라 할 수 있었다.

현대 아반떼MD는 1.6L 감마 엔진과 1.8L 누우 엔진이 장착되며 1.8L 누우 엔진이 탑재된 엘란트라는 최고 출력 150마력과 18.2kg.m의 출력을 낸다. 한편 판매 가격은 9만 2,288.47링깃(MYR)으로 한화로 약 2,430만원이다. 이 가격은 동급의 국산차, 프로톤 페르소나 대비 두 배에 이르는 가격이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중형 모델인 소나타 또한 간혹 볼 수 있었다.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 보다는 택시로 많이 보였는데 최신 모델인 LF소나타 보다는 구형 모델인 NF소나타의 비중이 높았다. 참고로 최고 출력 152마력을 내는 2.0L MPi 엔진을 탑재한 LF소나타의 가격은 14만 링깃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는 i10와 벨로스터 그리고 크로스오버 모델인 투싼과 싼타페도 판매하고 있으나 도로 위에서 만나는 일은 극한 일이었다. 싼타페는 정말 말레이시아를 다니며 딱 두 번 봤고, i10 역시 딱 한번 만난 것이 전부였으니 0.9%의 점유율이 얼마나 낮은 것인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기, 인지도를 가진 차량은 의외로 스타렉스였다. 무려 16만 링깃(한화 약 4,200만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는 스타렉스는 ‘고급스러운 이동 수단’으로 통용되고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스타렉스는 화려한 디자인의 전면 디자인을 가지고 고품질의 가죽 시트를 탑재한 의전 차량으로 인식됐다.

K3 그리고 스포티지가 시선을 끈 기아자동차

현대차보다 낮은 점유율의 기아자동차는 K3(현지명 세라토)와 스포티지가 주류를 이뤘다. 간혹 NAZA의 엠블럼을 단 모닝(현지명 피칸토)도 만날 수 있었다. 기아자동차는 모닝을 시작해 프라이드(현지명 리오)와 K3 세단과 해치백, K5(옵티마),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현대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의 국산 차량 대비 두 배에 이르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판매량 성장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많은 튜닝이 더해진 포르테를 몇 차례 만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휠 교체 등의 간단한 튜닝 외에 드레스 업 및 성능 튜닝을 비롯한 ‘제법 본격적인’ 튜닝이 적용된 차량을 만나기 힘들었는데 포르테와 K3의 경우 상당히 많은 튜닝이 더해진 차량을 만날 수 있어 보는 눈이 즐거웠다.

한편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을 가던 중 연식이 느껴지는 카니발 한 대와 쏘렌토R이 동시에 달리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을 수 있었는데 만나기 힘든 기아자동차의 차량을 동시에 두 대를 볼 수 있어서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단 세 번의 만남 쉐보레 크루즈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놀라운 만남은 쉐보레 크루즈였다. 참고로 쉐보레 크루즈는 이번 취재 기간 동안 단 두 번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놀라웠다.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크루즈 중 한 대는 쿠알라룸푸르 도심 속에서 만난 크루즈였는데 이 차량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헤드라이트 튜닝 부품을 장착한 차량이었다.

두 번째 크루즈는 주차되어 있는 차량이었는데 크루즈 초기에 적용된 모로칸 블루의 차체에 꽤나 볼륨감을 살린 바디킷이 적용되어 있었다. 마지막 한 대는 세팡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동아시아 F4 시리즈의 세이프티 카로 사용된 크루즈였으니 막상 일반 도로에서 만난 크루즈는 단 두 대에 불과했다.

참고로 쉐보레는 말레이시아의 시장 점유율이 단 0.1% 수준에 지나지 않고 연간 판매량 역시 약 1,000대에 불과한 수준이며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쉐보레 크루즈는 약 10만 링깃(MYR, 한화 약 2,630만원)에 이르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일본산 콤팩트 세단과 현대, 기아의 아반떼, K3 사이의 가격에 포진하고 있다.

도전의 무대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을 기준으로 약 58만대 수준(승용차 61만 4천대, 상용차 6만 5천대)이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는 한국 시장의 1/3 수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중에 절반은 이미 국산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의 대부분을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브랜드들은 점유율 상승을 위한 강한 무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특히 2016년 말레이시아 시장 점유율은 2013년의 점유율 보다 떨어진 수치이기 때문에 현대, 기아자동차 입장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견인할 수 있는 ‘가격의 벽’을 뛰어 넘을 수 있고, ‘일본 브랜드’를 제칠 수 있는 확실한 무언가가 절실해 보였다.

험난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이지만, 다음에 말레이시아를 찾게 된다면 좀 더 많은 국산 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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