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기업의 생존이 화두다. 오죽하면 국내 최고의 기업마저 올해 경영목표를 버티기라고 할 정도로 경영여건이 녹록치않다. 이미 중국이 7% 성장을 포기함으로써 세계경제 저성장 추세는 고착화되고있다. 미국등지서 일부 경기가 회복되고있다는 관측이 있으나 일과성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같이 꽉막힌 상황에서 기업들이 생존하고 성장하기위해선 덩치 키우기보다는 ‘유선형(능률적) 조직’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지적이 많다.
덩치는 작지만 효율적인 조직으로 일약 스타기업으로 도약한 기업은 주위에 의외로 많다. 알파고로 유명해진 딥마인드는 한국의 바둑 천재 이세돌과 대국기간동안 구글 주가를 무려 10조원 이상 올렸다. 아이폰 암호를 푼 이스라엘의 ‘셀레브라이트’는 지난달 말 이 회사의 일본 모기업인 ‘선 전자’의 주가를 배로 불렸다. 비록 대기업이 투자한 회사지만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확실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원 100여명 정도의 아주 작은 기업이었다.
빨라진 기술혁신과 급변하는 소비자의 기호는 전통적 경제나 경영 원칙을 허물고있다. 이른바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 먹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가 온 것이다. 능률적인 조직의 빠름이 대기업의 덩치를 극복할 수 있게된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더 이상 외형을 키우기위한 문어발 식의 경영은 설자리를 잃게됐다.
무엇보다 미래 산업구조가 단순 제조보단 모바일 플랫폼이나 SW, 콘텐츠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조직에서의 유연성과 경영판단에서의 스피드가 핵심 요소가 되고있다. 공룡이 멸종된 이유가 너무 비대해진 신체를 자신의 뇌가 통제 할 수 없게됐기때문이라는 설이 있을 만큼 덩치가 클수록 움직임은 둔해질 수 밖에 없다.
한국기업들도 일부에서 비 핵심 사업들을 내다팔고 사내 문화를 스타트업 같이 빠른 조직으로 변모시키고있지만 그 폭이나 깊이는 만족스러울 정도는 못된다. 철강, 조선이나 유화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까지 공급과잉이고 세계경기마저 하강하는 상황에서 아직도 과거 체제나 경영 습관에 기대며 한국 산업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기업들도 적지않다. 업황이 계속 고꾸라지는데도 무모하게 생산량을 고수한다거나 언제올 지 모를 호황을 기다리며 대책없이 옛날 덩치를 그대로 유지하는 기업들은 불안불안하다.
일본의 자존심이었던 샤프가 속절없이 무너지듯이 과거 영화에 도취되거나 미리 외부 경쟁여건에 맞게 조직을 능률화시키지않으면 우리 대기업도 ‘훅’ 사라질 수 밖에 없다. 꼭 다운사이징(축소)가 아니더라도 엄중한 상황 및 시장 여건에 맞서 이겨낼 수 있도록 ‘제퍼’ 기차처럼 조직을 유선형화 시켜야 한국 산업이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이수곤 소비자생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