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 목록을 발표하는 후룬보고서는 “왕 젠린 다롄 완다 그룹 회장이 완다부동산 회사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37억달러를 조달한 데다 12월 23일부터 거래가 시작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완다부동산이 주식시장에서 공식 데뷔한 이후 30% 가량 주가가 상승할 경우 마 회장이 아닌 왕 회장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보고서는 마 회장의 순 자산은 242억달러, 왕 회장은 234억달러라고 밝혔다.
마 회장도 9월 알리바바를 뉴욕증권거래소에 IPO를 통해 상장해 250억달러를 조달했다. 뉴욕거래소의 IPO역사를 새로 쓸 만큼 어마어마한 액수였다. 그 뒤 그의 재산은 1년새 100억달러 넘게 급증해 스위스 자산정보업체 웰스-X가 꼽은 올해 세계에서 가장 재산이 늘어난 부자 1위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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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회장과 왕 회장은 중국 갑부 자리 뿐 아니라 사업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마 회장은 알리바바를 주력회사로 전자상거래 분야에 특화돼있고, 왕 회장은 완다 부동산과 쇼핑몰 사업에 좀 더 먼저 진출해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조금씩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며 경쟁 가도를 달리고 있다.
마 회장도 올해 3월 6억9200만달러를 쏟아부어 인타임리테일의 지분을 확보했다. 인타임은 중국에서 36개 백화점을 운영하는 회사다. 완다그룹의 쇼핑몰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라이벌 구도는 중국의 TV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났다. 2012년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마 회장과 왕 회장은 1억 위안화(1610만달러)를 놓고 2020년까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쇼핑몰을 누가 장악하게 될지 두고 내기를 걸기도 했다. 왕 회장은 “내기는 TV 프로듀서에 의해 제안된 홍보용이었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간의 경쟁 구도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단 평가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왕 회장은 10년 이내에 10개의 주요 놀이공원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다는 이미 중국의 가장 큰 극장과 노래방 체인을 갖고 있다. 지난해엔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박물관에 자신이 수집한 100억위안 이상의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마 회장 역시 올해 축구팀과 비디오 및 미디어 기업에 투자했다. 더 많은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 헐리우드에서 새로운 파트너까지 찾고 있는 단계다.
영어강사 vs 관료
이 둘은 출신배경이 서로 다르다. 그 만큼 사업스타일도 차이가 난다. 왕 회장은 정부 관료로 근무했고, 그의 아버지는 티베트와 쓰촨 지방의 고위 관료 출신이다. 그는 군대식으로 사업을 한단 평가가 나온다. 회사 직원들은 무조건 정장과 넥타이를 하고 출근해야 한다.
올리버 루이 상하이 중국 및 유럽 국제비즈니스스쿨의 재무 및 회계학과 교수는 “마 회장은 왕 회장보다 출신 배경이 안 좋지만, 그래서 그는 기꺼이 더 많은 이익을 (직원들에게) 배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공통점?..“성공한 사업엔 中 정부가 있다”
이들의 사업이 성공하게 된 뒷 배경엔 중국 정부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정부의 수많은 사업에 입찰받으면서 자신들의 사업을 키워왔다. 둘 다 사업에서 혁신적이지만, 정치적으로도 정통하다는 평가다.
마 회장이 알리페이를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은행처럼 국영산업에 파괴적인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허용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할 수 있게끔 도왔다.
왕 회장도 지방정부가 제공한 값싼 땅에 건설을 시작했다. 물론 그 대가로 그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 있는 새로운 도시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