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경제·직능 단체가 경제 한파속에 수익 확보를 위한 돌파구로 부동산 투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기업들이 불황으로 비상경영에 속속 돌입하면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회비를 받는 것 조차 눈치가 보이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당주동 세종빌딩에 입주한 한국선주협회는 지난달 두산인프라코어 여의도빌딩을 약 315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르면 내년초 여의도에 새로운 둥지로 옮기게된다. 선주협회는 리모델링을 거친 후 회원사 재교육과 각종 수익사업 등에 신사옥을 활용할 방침이다. 240억원 규모의 해운기금과 동반 입주사들의 사무실 구입비용 등으로 건물대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건물을 구입해 임대료 수입 등이 발생하면 해운산업 발전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코엑스몰을 개장 12년 만에 처음으로 새단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5월부터 1800여억원의 사업비를 투입, 2014년까지 11월까지 리모델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코엑스몰 면적은 기존 15만8248㎡에서 17만3025㎡로 현재보다 10%가량 늘어난다. 이는 축구장(7,350㎡)을 24개 합쳐 놓은 것과 맞먹는 규모로 임대수익도 덩달아 늘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기존 전경련회관을 헐고 약 2000억원을 들여 지하 6층, 지상 50층 규모의 새 건물을 짓고 있다. 전경련은 내년 7월 새건물이 완공되면 유관기관이 사용할 5~6개 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에 대해서는 임대를 할 계획이다. 임대비용은 중간층 기준으로 보증금이 3.3㎡(평당)에 보증금 103만원, 월 임대료 10만 3000원, 월 관리비 4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오피스 빌딩을 오픈한 IFC(국제금융센터)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경련은 연간 300억원의 임대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전경련 예산이 380억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임대가 순조로울 경우 회원사 회비에 의존하지 않고도 자체 운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경제·직능단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우려에 시선도 있다. 부동산 경기도 침체이기 때문에 자칫 애써 구매한 빌딩의 공실로 부담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의도의 경우 최근 국제금융빌딩(IFC), 파크원 등 대형 빌딩들이 완공되거나 들어설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전경련의 경우, 건설비용 4000억원 가량이 모두 전액을 차입으로 알려져 입주업체 유치가 원활치 않을 경우 적잖은 재정적 부담이 될 수도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오는 2013년 ‘친환경 녹색성장 빌딩’으로 완공할 예정인 신축회관 조감도.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하 6층 지상 50층 연면적 17만㎡ 규모로 짓는다. 전경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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