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종부세 무력화인가

[박경철의 시사터치]
  • 등록 2008-08-07 오전 9:23:39

    수정 2008-08-07 오전 9:23:39

[노컷뉴스 제공] 우리나라는 직접세보다 간접세가 많다. 직접세는 해당 납세자가 형평성을 내세워 강하게 반발하지만, 간접세는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납세자의 반발이 적기 때문이다.

원래 직접세의 비중이 크면 '수입에 따른 과세'가 이루어지므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불리하지만, 간접세는 '지출에 대한 세금'의 성격을 띠고 있어 보유재산에 비해 지출 비중이 적은 부유층보다는 보유재산에 비해 지출비중이 큰 저 소득층이 불리해진다.

하지만 사회보장이 발달하지 못한 나라들은 당장 직접 납부하는 세금에 민감하기 때문에,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이 직접세에 대해 더 민감하다.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는 본인들에게 유리한 세금제도를 반대하는 것이다. 이렇게 간접세는 '양두구육(羊頭狗肉)'과 같은 속성이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직접세 중의 하나인 재산세와 종부세 인하는 고소득층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만,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는 직접세의 일종이다. 그것이 과거 종부세 강화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는 커도, 찬성의 목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종부세는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 조세제도에 몇 안되는 바람직한 제도중의 하나다. 그것은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2%만이 부담하는 세금이고 그것도 재산의 다과가 아닌 부동산 가액의 다과로서 부담하는 세금이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어 여러가지 면에서 여건이 불리한 나라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을 개발해서 살길을 개척해 왔다. 그것이 혹은 기업가 정신, 혹은 도전정신으로 승화하여 결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과거를 잘 돌이켜보면,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면 어김없이 위기가 도래했다. 투자 부동산에서 나는 이익이 산업투자에서 나는 이익보다 크면 기업이나 자산가들이 산업투자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열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터부시해왔고 부동산 투기에 대한 열풍의 강도가 곧 우리경제의 건전성의 척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지난 10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지역의 주택가격이 수십억에 이르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결국 설비투자가 침체하고, 경기가 활력을 잃어버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부동산에 대한 적절한 규제는 건강한 경제구조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고가의 부동산은 주변의 저가 부동산의 가격상승을 선도하고 이렇게 얻어진 부동산 시세차익은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며, 그것은 다시 금리를 상승시켜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근로의욕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온다.

그 점에서 지난 정권의 몇 안되는 업적 중의 하나가 세제강화를 통한 부동산 가격상승 억제정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난데없이 종부세를 무력화 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 종부세는 직접세로서 일정부분 부의 재분배와 부유층의 사회적 책무를 강제하는 공공선의 특징과 부동산 투기 억제 효과가 있어,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선순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좋은 세제이다.

특히 지금 전세계적 부동산 침체 후 언젠가 경기가 회복될 때, 자금들이 비생산적 부동산이 아닌 산업재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한 지렛대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종부세 인하 내지 무력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종부세를 없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으로 고가 부동산 관련 보유세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저자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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