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현동기자] 독일의 보수강경파 가톨릭 지도자인 요제프 라칭어(78) 추기경이 19일(현지시각) 제265대 교황에 선출되면서 가톨릭 안팎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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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dict XVI |
정통교리에 충실한 보수진영에서는 원칙의 수호자가 가톨릭의 정신적 지도자로 선출된 것을 환영하고 있지만 남미 등 진보진영에서는 라칭어의 보수성과 비타협적 노선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의 충견`..가톨릭 보수성향 짙어질 듯
새 교황은 초보수적인 교리해석으로 가톨릭 교회에서 `신의 로트와일러(독일산 맹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가톨릭계에서는 라칭어 추기경이 요한 바오로 2세와 절친했다는 점에서 교리정책면에서 뚜렷한 차이점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극단적 보수파로 알려진 그는 전임 교황에 비해 보수적 교리에 보다 충실한 면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일단 새 교황의 탄생에 일제히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커다란 지혜와 지식을 갖추고 하나님께 봉사하는 분"이라며 축하했고 교황의 모국인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새 교황은 위대한 세계적인 신학자로, 교회를 새 교황 만큼 아는 사람은 없다"고 칭송했다.
언론은 보수적이고 비타협적 교황에게 개방적인 자세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라칭어 추기경이 낙태나 산아제한, 여성의 사제 서품 등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공유하고 있지만, 요한 바오로 2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보다 자유로운 면모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타임지도 라칭어가 요한 바오로 2세와 보수적인 교리정책을 공유하고 있지만,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녔던 매력과 카리스마, 젊은층에 대한 호감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가톨릭계 일부에서는 그의 선출로 인해 교회가 요한 바오로 2세 이전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라칭어가 가톨릭 정통 교리에 충실한 인물로 보수적 교리 해석에 치우쳐있다는 지적이다.
독일 대학 강사인 플로리언 머스너그는 "독일인들에게 라칭어는 아주 보수적인 인물로 알려져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신자로 은퇴한 은행원인 파올로 타셀리는 "세계에 대해 더 개방적인 인물이 교황에 뽑히기를 바랐는데 당황스럽다"며 "요한 바오로 2세가 보수적이면서도 많은 면에서 개방적이었던 반면 라칭어 교황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아프리카 `실망`
해방신학의 중심지로 전세계 11억 가톨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중남미와 가톨릭신자가 1억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아프리카 등에서는 라칭어 교황 선출에 대해 실망스런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멕시코시티 성당에서 신임 교황 선출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에우세비오 도밍게즈는 "멕시코인들은 모두 남미 출신의 교황을 바랬는데 실망스럽다"며 "신임 교황이 빈곤 등의 문제에 대해 멕시코의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버지니아 헤레라는 "요한 바오로 2세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교황이 선출되기를 기대했다"며 "남미 출신 교황이 뽑히기를 바랬는데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951년 가톨릭 성직에 입문한 라칭어 추기경은 1981년 신앙교리성 수장으로 요한 바오로 2세를 보좌하면서 교화 반대자들을 규율하고 자유주의자들의 개혁시도에 대항하는 정책을 펴왔다. 추기경 시절 이슬람 국가인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허용에 대해 "큰 실수"라며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시했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는 남미 해방신학은 공산주의에 물든 사상이라며 배격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요한 바오로 2세 재임시절에는 독일 통일을 비롯한 격변이 있었고 교회 안팍에서는 동성애, 안락사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면서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모든 논란들을 배척했고 이 때문에 신임 교황은 요한 23세처럼 진보적인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여론이 많았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