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미래 금융지도 다시 그려야..지주사 절실"
"파도가 휩쓸고 간 모래사장을 보셨습니까. 모습은 같지만 예전의 모래는 아닙니다. 고객도 마찬가집니다. 향후 5년뒤 지금 은행이 영위하는 고객은 모두 빠져나갈 것입니다. 미래상황을 파악해 금융지도를 다시 그려야 합니다. 그 대안으로 지주회사를 택했습니다."
`40대 토종행장` 명함을 단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edaily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주회사 설립의 당위성을 이렇게 강조하고 금융권의 변화추세에 맞춰 지주사 설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은행산업의 승부는 신용카드, 투신운용, 방카슈랑스 3대 핵심부문에서 결정된다"며 "이에 역점을 둬 연내 지주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권 화두인 합병에 대해서는 "항상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며 "서울은행의 경우 모든 은행에 제안서가 갈 경우 인수전에 뛰어들겠지만 정부의 자격제한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흥은행 홍석주 행장과 가진 일문일답.
- 지주회사를 채택하지 않은 금융회사 중에서도 성과가 큰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또 미국의 경우 지주사 도입후 성공한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이 명확히 차별화되는데 지주사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해 달라.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핵심역량은.
▲현 금융산업의 발전구도를 볼 때 지주회사 설립은 대세다. 현 상태로 은행경영을 영위한다면 생존할 수 없다. 은행들이 주력하고 있는 고유 업무들은 향후 5년안에 독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추세에 맞춰 분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게 급선무다. 결국 승부는 신용카드, 자산운용, 방카슈랑스 3대 핵심부문에서 결정될 것이다. 조흥은행도 이에 역점을 둬 지주사 설립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은행도 수익을 내야 살 수 있다. 지주사는 수익력을 높일 수 있는 필수요건이다. 현재 분사를 추진중인 신용카드의 경우 은행 밖으로 끌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력은 기존의 배에 달한다.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도 무궁무진하다. 통합된 고객정보를 활용, 교차판매를 통해 수익력을 높일 수 있다. 단순히 자회사로 분리하는 게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지주사를 세우면 효과적인 제휴 파트너도 유치할 수 있다. 신규사업의 진입과 퇴출도 자유로워진다. 고객들에게는 차별화된 브랜드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산업 변화의 보루로 지주사 택했다
- 자회사 설립에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 분사 및 제휴의 진행상황은. 또 방카슈랑스 등 신규로 추진중인 사업은 진전이 있나.
▲지주사 설립은 이제 시작단계다. 뭔가를 기대하는 건 아직 이르다. 신용카드의 경우 분사 인가를 위한 사전절차를 진행중이다. 또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지분매각은 이미 알려진대로 해외투자가들이 의사표명을 한 상태다. 주간사를 통해 제휴가 추진되고 있다. 지켜봐 달라.
방카슈랑스는 우선 국내외 선진 금융기관과의 제휴 등 현재 추진전략 수립단계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직원연수 등 내부 준비는 순조롭다.
- 지주사 설립을 위해 내부적인 정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 경영전략부와 금융지주회사설립국 등이 그 예인데 구체적인 역할은 어떻게 되나. 지주사 설립 일정은.
▲경영전략부는 은행의 중장기 발전전략과 향후 지주사 전략 수립을 담당한다. 경영전략부의 경우 향후 3~5년, 길게는 10년까지 중장기적인 플랜을 짜게 된다. 현재 지주사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작성중이며 완성되는 대로 지주사 인가 등 관계당국과의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지회사설립국은 지주사 설립을 위한 실무를 담당하게 된다.
- 국내외 지주사들 가운데 특별히 벤치마킹하고 있는 모델이 있는지.
▲어느 한 곳을 표방하기 보다는 국내외의 여러 모델을 고려하고 있다. 과거 규모경쟁 시대의 백화점식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겠다. 은행의 가장 큰 강점인 다양한 채널과 고객 데이터베이스, 결제기능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최적의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 앞으로 은행권에서 대형화 및 겸업화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CEO로서 은행산업의 현주소를 간단히 짚어본다면.
▲지금까지 은행들은 어느 정도의 자산 건전성을 확보했다. 이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익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향후 금융권의 선도 경쟁력은 고객 니즈의 다양화와 고급화 추세로 인해 단순한 규모에 의해 승부가 나지는 않는다. 수익모델과 서비스, 자산관리의 질, IT 투자능력 등을 키워야 한다.
조흥은행이 중점을 둬야 하는 부문도 단순한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겸업화와 전문화를 통한 전략적인 성장이다. 결국 지주사 설립도 그 일환이다.
◇합병을 하되 실패는 하지 말아야
- 합병과 지주사 설립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은행 매각·합병작업이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향후 합병계획과 서울은행이 합병 파트너가 될 가능성은.
▲항상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향후 5년후 금융산업 지도는 달라질 것이다. 그 안에 합병, 인수, 피합병 가능성이 존재하고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합병에 대해서는 어떤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가격 등 조건만 맞는다면 어느 은행과도 합병을 추진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단순한 대형화보다는 서로의 강점을 살려 실질적인 시너지가 가능한 조합을 추구하겠다. 일례로 JP모건 체이스맨하탄 은행의 경우 합병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했고 통합작업에도 실패했다. 합병을 하되 실패는 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은행의 경우 주간사가 모든 은행에게 접촉하는 걸로 가정한다면 조흥은행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인수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은행 합병에 대해서는 매력이 있다고 본다. 합병후 인력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신용카드나 자산운용회사 등 인력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 급하게 다룰 사안은 아니다.
◇향후 은행의 경쟁력은 "사람 싸움"
- 젊은 CEO여서 외부에서 개혁에 대해 거는 기대도 크다. 최근 발탁인사와 업무혁신 등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는데 그밖에 달라진 부분이 있나. 앞으로의 추진계획은.
▲은행경영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모두 없앴다. 주3회 하던 상임위를 대폭 축소하고 전국점포장회의도 줄였다. 또 본부장선에서 의사결정을 하도록 했다. 가능한 한 의사결정 권한을 아래로 위임할 생각이다. 아는 즉시 실행에 옮기도록 해야 한다. 평가 및 보상시스템도 혁신할 방침이다.
또 행장 취임 첫주부터 직접 현장에 나가 현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 정도 점포와 거래기업을 방문할 생각이다. 취임후 처음 반월공단을 방문해 거래기업들을 찾았다. 또 대기업과 대구, 부산지역의 고객들을 직접 만났다. 이를 통해 본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자각했고 고객들의 니즈도 파악했다. 이를 경영전반에 반영하겠다.
- 연수원을 인재원으로 개칭하고 행장 직속으로 개편했다. 이에 대해 행장으로서 거는 기대가 크다고 들었다.
▲향후 은행간 경쟁은 사람싸움이다. 얼마나 능력있는 인재를 보유하느냐가 성공을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미래 경쟁력에 대응해야 한다. 은행의 향후 핵심이 자산관리인 만큼 은행원들을 재무상담사로 키우겠다. 이들에 대해서는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은행권에서는 최고자리인 CEO까지 올랐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행장자리에 오른 만큼 포부도 클텐데 개인적으로 다시 세운 목표가 있나
▲개인적으로 마틴 루터킹의 "내겐 꿈이 있다"는 멘트를 좋아한다. 은행에 있으면서 CEO는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위성복 전임행장이 조흥은행을 중견은행까지 끌어올렸다면 이제 IMF 이전에 누렸던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으로 돌려놓는 것이 행장으로서 가지는 포부다.
자리에 대한 욕심은 없다. 항상 혜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행장 퇴임후에는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NGO 등의 일을 하고 싶다. 현재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행장의 이름을 달고 하기에는 제한적인 요소가 많다. 내가 가진 경험과 능력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홍석주 행장 약력
1953. 서울 출생
1971. 경복고 졸업
1976.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76. 조흥은행 입행
1985.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8. 리스크관리실장
2000.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0. 기획부장
2001. 기획재무본부장(상무)
2002. 은행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