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최초 교황청 장관·소문난 일꾼…유흥식 신임 추기경은 누구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 추기경
지난해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취임
성실함·친화력으로 신뢰 얻어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
  • 등록 2022-05-30 오전 8:59:58

    수정 2022-05-30 오전 9:01:3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인 최초 교황청 장관’ ‘소문난 일꾼’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깝게 소통하는 성직자’.

교계의 ‘일꾼’으로 알려진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가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 추기경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4월 정진석 추기경이 선종한 뒤 1명으로 줄었던 한국인 추기경은 13개월 만에 다시 2명으로 늘게 됐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 제도에서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가진 지위로 기본적으로 종신직이다. 앞서 한국 천주교는 김수환(1922∼2009)·정진석(1931∼2021) 추기경과 염수정(79) 추기경을 배출했다. 추기경은 교황을 보필해 교회를 원활하게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출신 국가에 상관없이 바티칸 시민권을 갖고 국제 의전상 최고 예우도 받는다.

29일(현지시간) 새로 임명된 유 신임 추기경은 지난해 7월 한국 천주교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취임했다. 성직자성은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 중에서 사제·부제의 직무와 생활 업무 등을 관장하는 곳인데, 한국인 성직자가 차관보 이상 고위직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었다.

유흥식 신임 추기경이 지난해 8월 21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봉헌된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에서 강론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불필요한 업무 관행 개선…‘열린 리더십’ 소통

유 추기경은 교황청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전 세계 50만 명에 달하는 사제·부제의 직무·생활을 관장하는 업무를 무난하게 잘 수행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줄곧 이탈리아 출신 장관이 도맡아온 일을 아시아 출신 성직자가 넘겨받은 데 대해 교황청 안팎에서 일부 우려도 있었으나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는 불필요하고 잘못된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조직을 능률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취임 직후 장관실을 모든 직원에게 개방하고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것도 교황청 관행상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탁월한 업무 추진력에 더해 이러한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으로 성 내 직원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우 가깝게 소통하는 소수 한국인 성직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대전교구장 때인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고, 이후 서신을 통해 관계를 이어왔다. 2014년 8월 교황의 방한도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청하는 유 신임 추기경의 서한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후에도 바티칸에서 수시로 교황을 개별 알현해 한국 천주교의 주요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천주교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며 눈에 띄는 사업 추진력을 보여줬다. 특히 북한을 포함한 저개발국 지원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두고 실천했다는 평가다. 대전교구장으로 봉직하던 2020년 말 전 세계 교구 중 처음으로 저개발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백신 나눔 운동은 이후 한국 천주교 교구 전체로 확대됐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일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아 직접 한국 교계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유 추기경은 북한 사정에 가장 정통한 성직자로도 꼽힌다. 한국 천주교 본산인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2014∼2018)으로 있을 때는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카리타스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며 대북 지원사업의 가교 역할을 했다. 2005년 9월 북한을 찾아 ‘씨감자 무균 종자 배양 시설’ 축복식을 하는 등 2009년까지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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