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각종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병리과 역시 반복되는 단순 업무와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등장했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은 환자의 신체에서 채취한 조직이 담긴 유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스캐너를 사용해 디지털 영상으로 변환하여 저장, 관리를 돕는 체계로, 현미경이 아닌 모니터로 조직을 살펴보면서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 ‘가상 현미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진료 수가 체계나 구축 비용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의 디지털 병리 시스템 도입 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 가운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용인세브란스병원은 환자에게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해 정확도 높은 진단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병리과는 최근 디지털 병리 시스템 도입과 함께 UK NEQAS(National External Quality Assessment Service. 국제 외부정도관리기관)의 조직 병리 일반검사 항목에서 전 세계 약 350여 기관 상위 2% 내의 성적으로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Excellent)’ 등급을 획득하는 성과를 내어 검사 정확성, 신뢰도를 인정받았다.
병리과에서의 조직 검사는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의 신체에서 생검이나 수술을 통해 조직을 채취하고 이를 일련의 과정을 거쳐 병리 슬라이드를 제작, 현미경으로 조직 세포를 살펴보며 진단이 이뤄진다. 진단 과정을 보면 병리 슬라이드 판독은 병리과의 업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로 인한 업무의 한계가 존재한다.
◇ 슬라이드 훼손·분실 위험 사라져
용인세브란스병원 병리과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통해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화해 보관함으로써 보관 과정에서 발생하던 문제를 해소했다. 또한 디지털 병리 이미지는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와 유사한 수준으로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의료진이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진단할 수 있게 됐다. 진단에 참고하거나 연구를 위해 기존 병리 슬라이드를 확인하고 싶을 때는 언제 어디서나 서버에서 간편하게 찾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홍순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병리과장은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진단 과정에서의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가 감소해 진단 효율성이 증대될 뿐 아니라 진단 오류가 최소화되어 환자에게 보다 정확한 진단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디지털 병리 시스템이 가져다 준 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용인세브란스병원은 국내 병원 최초로 구축된 5G 기반 통신망 덕에 고용량의 병리 이미지의 신속한 전송이 가능해졌으며, 병리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기 위한 DMZ 서버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병원 외부 의료진의 의견이 필요한 진단의 경우, 병리 슬라이드를 직접 전달할 필요없이 타 병원에 익명화된 병리 데이터를 공유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중복검사 줄여 의료비 부담도 경감
디지털 병리 시스템은 단순히 검체 슬라이드를 디지털화해 업무 효율을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축적된 데이터를 근간으로 인공지능 기반의 병리 기술을 구축함과 동시에 맞춤형 정밀의료 서비스 제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순원 병리과장은 “용인세브란스병원 병리과는 디지털 병리 시스템 외에도 검사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향상할 수 있는 장비들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환자에게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을 제공하는 노력뿐 아니라 디지털 병리 시스템에 축적되는 병리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병리 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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