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사건을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한 데 대해 삼성전자 측이 당일 내놓은 입장문 일부다. 대법원 판결 취지는 이 부회장이 정유라씨에게 건넨 말 3마리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준 뇌물로 봐야 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자칫 형량이 올라서 그가 다시 구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입장을 밝힌 데는 이런 우려가 반영됐다.
짧게 보면 총수 신병 변화에 주가 휘청
`총수가 부재하면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은 재벌 그룹이 반복해온 레토릭이다. 사실이라면 의사결정 권한이 총수에게 몰려 있는 기형적인 기업 구조를 탓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미뤄두고 보더라도, 총수가 없으면 회사가 위태한지는 실증적으로 널리 검증되지 않았다. 주가 흐름을 짚어보는 것은 이런 주장을 간접적으로 검증하는 방법일 수 있다. 회사의 현재와 앞날을 가늠하는 게 주가이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 주가를 보면, 2017년 1월16일 이 부회장에게 `국정농단` 관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2.14% 하락했고, 1월19일 구속영장이 기각하자 1.46% 상승했다. 그에게 2차 구속영장이 청구된 그해 2월14일 1% 빠진 데 이어 2월17일 영장이 발부되자 0.42% 하락했다. 이 부회장이 2017년 8월25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날 1.05% 하락했고, 2018년 2월5일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날은 0.47% 상승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마찬가지. 한화(000880) 주가는, 그가 횡령 등 혐의로 2012년 8월16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고 법정구속된 당일 2.59% 내렸다. 2013년 4월15일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받은 날 1.38% 하락했다. 대법원이 그해 9월26일 김 회장의 판결에 오류가 있다고 결정하자 1.5% 상승했다. 2014년 2월11일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내려진 이튿날 1.99% 뛰었다. 장 마감 이후에 내려진 선고가 뒤늦게 반영된 결과다.
길게 보면 좋은 기업은 총수 없어도 주가↑
잘게 끊어보면 총수의 신병 변화는 주가와 상관관계를 보인 편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1월15일(1차 구속영장 전날)부터 전날(대법원 판결)까지 187만3000원(50대 1 액면분할 고려하면 3만7460원)에서 4만3400원으로 변동했고, 가치로 따지면 15.85% 상승했다. 롯데지주 주가는 2017년 4월14일(불구속 기소 직전)부터 2018년 2월13일(집행유예 석방)까지 19만500원에서 6만6400원으로 240% 하락했다. 신 회장이 복귀한 이후 이날까지 3만3350원으로 다시 49.7% 내렸다.
한화와 CJ는 부재한 총수가 돌아온 이후 주가가 내렸다. 한화 주가는 2012년 8월14일(1심 법정구속 직전 장)부터 2014년 2월12일(집행유예 확정)까지 3만900원에서 3만5900원으로 되려 16.18% 올랐다. 그날 이후 주가는 이날 2만4500원으로 31.7% 내렸다. CJ 주가는 2013년 6월25일(구속영장 청구 직전)부터 2016년 8월12일(특별사면 포함)까지 10만3000원에서 20만1000원으로 95.1% 올랐다. 지금은 8만1500원까지 내려가 59.4% 떨어졌다.
총수가 재판에 발목이 잡혀 있어도 오를 데는 오르고(삼성전자), 내릴 데는 내리며(롯데지주), 없을 때 올랐다가 돌아오니 내리기도(한화, CJ) 한다. 총수와 기업의 운명은 한배를 탔다는 것은 적어도 주가만 놓고 보면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