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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번달 기업의 경제심리가 더 좋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제조업계가 그 선봉장이다.
꿈틀대는 기업 심리가 주목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가계의 소비심리는 악화될 대로 악화된 와중에 기업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산업군의 실적이 반등하고 있는 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꿈틀대는 제조업 경기
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자료를 보면, 제조업의 이번달 업황 BSI는 75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달째 상승이다.
다음달 전망 BSI(76)도 지난달 전망 대비 5포인트 상승했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작성된다. 경기 동향을 파악하고 추후 경기를 전망하기 위한 자료다. 이번달 BSI는 한은이 지난 12~19일 전국 3313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업계의 ‘슈퍼 호황’ 덕이다. 하세호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워낙 좋다보니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업황이 좋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미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내놓았고, SK하이닉스(000660)도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이 예상된다.
이외에 1차금속(77→86), 화학물질·제품(88→96), 의료물질·의약품(92→104) 등의 업황도 나아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에서도 확인됐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0.4% 중 제조업의 기여도는 0.5%포인트였던 것이다. 제조업 성장세가 최근 우리 경제를 먹여살리고 있다는 해석이 과하지 않다.
소비심리 추락과 대조
최근 기업의 경제심리가 날아오르는 건 가계의 소비심리가 고꾸라지는 것과 대조되면서 더 관심이 모아진다.
한은이 집계한 이번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지난해 12월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이후인 지난해 11월부터 석달째 하락이다. 기업과 반대의 움직임이다.
하 과장은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어도, 기업은 수출이 잘 되고 매출이 잘 나오면 업황은 좋다고 답한다”면서 “(대내외 현안에 더 쉽게 휩쓸리는) 가계와 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기업이라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경영 애로사항으로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꼽은 기업은 지난달 21.3%에서 이번달 22.4%로 늘었다. 그럼에도 업황 설문조사에서는 실적 등 객관적인 수치를 근거로 응답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BSI와 CSI를 합한 이번달 경제심리지수(ESI)는 93.7로 전월 대비 2.1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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