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알파고’의 등장은 우리 사회에 큰 화두를 던졌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다가오면서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기 위한 시대적 담론들을 끌어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이뤄지고 우리 사회를 뒤바꿔 놓으면서 하나의 영역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질문들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서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철학이나 예술, 인문학 등과의 융복합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융복합 과정을 통해 과학기술이 사회와 소통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각각의 영역에서 연구가 이뤄지며 조각나 있던 연구결과나 세계관이 융복합을 통해 전체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혁신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찍부터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도 출발은 늦었지만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나라중 하나다. 유럽 20개 국가가 참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해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성을 탐구하고 있고,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북경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등도 융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공간이다.
창의재단의 ‘북콘서트’, ‘길거리 과학 사이언스 버스킹’, 고등과학원의 ‘초학제연구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대중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과학 융합형 문화예술 콘텐츠’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인문, 철학 등의 학문방법과 수학, 과학 등의 방법론이 너무 다르다. 특히 각 대학이 만든 기존의 대학체제로는 학문의 발전을 감당할 수 없어 초학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새로운 과학, 새로운 기술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알파고’의 모습을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공상과학소설의 윤리문제를 얘기하고 몇 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나서고 있다”며 “불완전하고 불확실한 논의를 하는 셈이다. 이것이 우리가 융복합을 바라보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기술은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기술”이라며 “과학과 예술, 인문학 등이 단순히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소통하고 이를 통해 다시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소화될 수 있도록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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