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 회사원 홍약표(32·가명)씨는 최근 여자친구와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로 하고 A은행 여의도지점에서 한국 돈 100만원을 베트남 돈 1869만1589동으로 환전했다. 반면 여친 김연아(28·가명)씨는 100만원을 미화 968달러를 바꾼 후 베트남 현지에서 다시 베트남 돈으로 환전해 2052만6723동을 챙겼다. 여친 김씨가 홍씨보다 10%(1835만5135동·10만원 상당)가량 이익을 본 셈이다.
앞으로 홍씨처럼 환전 때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례가 없어질 전망이다. 은행들이 오는 30일부터 금융소비자 혼란을 줄이고자 통화별 환전수수료율을 고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22일 환율을 고시할 때 금액뿐만 아니라 수수료율도 함께 고시하도록 환율고시방법을 바꾸라고 각 은행에 지도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앞으로 환전수수료율이 낮은 통화로 우선 바꾼 후 여행국에서 현지통화로 환전할지, 환전수수료율 높은 현지통화를 국내에서 환전할지, 두 통화를 적절히 섞어 환전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통화별 환전수수료율 차이가 작지 않음에도 금액기준으로만 고시해왔다. 특히 은행들은 항공료, 보험료, 운송료 등 현찰수송수수료에 다른 마진 등을 붙여 자율적으로 환전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통화별뿐만 아니라 은행별 차이가 크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들은 통화별 환전수수료율 차이를 알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손해를 봐왔다. 실제로 지난 18일 기준 미 달러화 매입 때 환전수수료율은 1.750%에 불과한 반면 베트남 동화는 10.996%에 달해 6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조성래 금감원 외환감독국장은 “정확한 통화별 환전수수료율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환전수수료율이 높은 경우 환전수수료율이 낮은 통화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