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탈세정보 포상금’ 또 하나의 로또인가?

  • 등록 2014-01-23 오전 8:50:04

    수정 2014-01-23 오전 8:50:04

[류성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류변호사, 나 이제 어떡하지’. 치과의사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병원 문 열자마자 갑자기 세무조사관들이 들어와서 컴퓨터 자료 등을 다 가져갔어. 나 망하는건가?’ 그 친구는 치과의원을 개업한 이래 좋은 실력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병원 규모도 점점 확대되어 직원 수만 10여 명에 달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고객으로부터 치료비를 현금으로 받은 경우 그 수입금을 여러 개의 차명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있다. 단순히 수입금액을 누락시킨 경우와 달리 차명계좌를 사용하여 수입금액을 누락시킨 경우 탈세에 해당한다. 그 친구가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은 탈세제보 때문이었다. 탈세제보자는 얼마 전 근무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해고된 간호사였다. 그 친구가 차명계좌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간호사는 자신이 해고되자 세무서에 탈세제보를 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탈세제보는 전혀 관계없는 제 3자가 아니라 세무사, 사무실 직원, 친인척 등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사업자와 관련된 세무정보를 알 기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변호사, 의사와 같이 복식부기의무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는 기장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세무사 또는 회계사에게 기장을 맡기게 된다.

세무사 또는 회계사는 사업자의 세무관련 정보를 대부분 파악하게 되며 사업자가 어느 부분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무실 직원이나 친인척을 직원으로 고용한 친인척도 언제든지 탈세제보자로 돌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필자는 국세청 근무 시절 이혼 후 전남편의 탈세행위를 제보한 사례도 보았고 아들이 아버지의 탈세행위를 제보하는 경우도 보았다.

한 때는 자신의 고객, 친인척, 가족이었던 사람의 탈세 사실을 제보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에게 해악을 가했으니 너도 한번 당해봐라’라는 복수심 때문일 수도 있고 시민정신이 투철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탈세정보 포상금제도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제84조의 2 및 탈세정보포상금지급규정 제2조는 ‘포상금은 조세범처벌법에 위반한 자의 포탈세액 또는 환급·공제받은 세액 및 각 세법에 의한 탈루 세액 또는 환급·공제받은 세액을 산정하거나 처벌을 함에 있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자에 대하여 지급한다’ 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자료란 조세포탈 및 탈루를 입증할 수 있는 거래처, 거래일 또는 거래기간, 거래품목, 거래수량 및 금액 등 구체적 사실이 기재된 자료 또는 장부나 그 자료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등을 말한다.

그런데 탈세제보를 통해 신고포상금을 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가 중요한 자료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조사공무원이 당해 자료에 의해 조사를 실시한 후 조사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하고 제보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과세관청의 판단에 따라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설사 제보자가 제공한 자료가 중요한 자료로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탈세정보포상금지급규정 제7조는 탈루 세액 등이 납부되고 불복절차가 종료되어 부과처분 등이 확정된 후에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과세관청이 탈세제보에 의해 세무조사를 착수하고 해당 사업자에게 과세처분을 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그 사업자가 탈루 세액을 납부하지 않은 경우 제보자는 신고포상금을 지급받지 못한다.

또한, 제보자 본인의 신원을 명확히 밝히지 아니하고 가명 또는 제 3자 명의로 자료를 제공한 자, 자료 제출 당시에 부도·폐업 또는 파산 등으로 과세의 실익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료와 조사 진행 중인 납세자의 자료 등을 제공한 자에 대하여는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부터 탈세정보포상금 한도를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인상하였다. 이에 따라 포상금을 노리는 탈세제보자들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탈세정보 포상금제도가 세파라치들에 의해 사업자들을 협박하거나 사업을 방해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업자들의 성실납세를 유도하는 제도로 정착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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