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미영 기자]애플 등 유명 태블릿 제조업체들은 대개 혼하이 같은 대만 제조업체들과 제품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중국 기업들도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대만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 최근 휴렛팩커드(HP)가 지난달 출시한 새로운 태블릿 제품 슬레이트7의 제조를 대만업체가 아닌 중국 BYD전자에 맡겼다고 전했다. 슬레이트7은 비슷한 사양의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HD와 구글의 넥서스7보다 30달러 가량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
BYD전자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만드는 BYD 계열사로 최근 수년간 조용히 전자기기 생산과 관련한 전문성을 높여왔다고 WSJ는 설명했다. BYD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BYD는 태블릿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특정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HP의 제품공급 사실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HP는 성명에서 “슬레이트 7 공급업체는 최상의 질과 비용 해결책을 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HP는 퀄컴이나 엔비디아 같은 대형 반도체업체가 아닌 중국의 푸조우록칩 일렉트로닉스 등에서 프로세서칩을 공급받고 있다.
이제껏 주요 태블릿 업체들은 대만 혼하이와 콴타컴퓨터, 콤팔, 페가트론 등 대만업체와 제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최근 대만 공급업체들 사이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2000년대초 비용절감을 위해 중국 지역에 공장을 대거 세웠고 이에 따라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혼하이의 팍스콘공장은 지난 2007년 BYD가 인력과 기밀 등을 훔쳤다고 소송을 걸기도 했다.
아더 헤시 UBS 애널리스트는 “BYD가 대만업체들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하기엔 규모나 경험 면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알베르토 모엘 샌드포드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이 급진전하고 있다”며 “과거엔 중국 제조업체들과의 공급계약이 많지 않았지만 최근 전통적인 PC 외의 분야에서 중국이 더 강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