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임박 영종하늘도시…“미치지 않고선 여기 들어와 살겠나”

기반시설 조성 늦어..상업시설·학교도 없어
부동산 시장 침체로 대부분 개발계획 무산..입주자만 피해
  • 등록 2012-03-18 오후 12:46:42

    수정 2012-03-19 오후 8:48:04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19일자 30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입주 시기가 가까워지면 새 집 들어간다는 기대감에 가슴 설레어야 하는데, 저희는 입주하는 게 두렵습니다.”

지난 16일 찾은 인천 영종하늘도시. 7월 입주를 앞둔 입주 예정자 김 모 씨(45)는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이같이 말했다. “할 수 있다면 분양계약도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새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감은 찾을 수 없었다.

◇ 섬 위에 아파트만 덩그러니…“미치지 않으면 못 들어옵니다” 영종하늘도시는 7월부터 동보, 우미, 한라, 현대 힐스테이트 등 7개 단지, 8851가구가 차례로 입주를 시작한다. 하지만 입주를 3개월여 앞둔 이곳은 아직도 흙 먼지가 풀풀 날릴 정도로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길 한편에는 도로를 포장하기 전 사용하는 토사층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직 도로가 깔리지 않아 차를 타고 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어려운 상태. 말 그대로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다 보니 공원, 근린생활시설 공사는 착수조차 못 하고 있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영종사업단 관계자는 “입주 시기보다 일찍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6월 말까지 도로 등 기본 시설 공사는 마무리하기 위해 현재 주말까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설령 기반시설이 완료된다 해도 생활에 필요한 상업시설, 학교 등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아파트 중앙 주진입로. 현재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 왼편은 상업시설이 들어설 상업용지. 상업용지 역시 기반공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김동욱 기자)


LH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입주시기에 맞춰 상업용지 18개 필지 중 일부라도 분양이 완료돼 상업시설이 들어와야 한다. 하지만 상업용지 역시 현재 기반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용지가 한 필지도 팔리지 않다 보니 분양대금이 들어오지 않아 기반시설 공사가 늦어졌다는 게 LH 측 설명이다. LH는 상업용지 역시 6월 말까지 기반공사를 마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반공사가 완료된다고 바로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우선 땅이 팔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확실하다는 게 입주 예정자들의 설명이다. 기반시설도 아직 갖춰지지 않아 당장 입주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 땅을 분양받아 상업시설을 짓겠느냐는 것이다.

입주 예정자 강영숙(38) 씨는 “설령 하반기에 땅이 팔리고, 당장 건물을 짓는다 해도 건축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7개 단지 입주가 완료되는 내년 3월까지는 상업시설이 들어서기는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학교도 문제다. 현재 학교는 단지 주변에 초등학교 1곳이 전부다. 아파트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중학교, 고등학교는 아예 교육청으로부터 인허가도 얻지 못했다. 중학교는 4km, 고등학교는 10km 떨어진 곳에 내년 3월께 개교할 예정이다.

입주 예정자 여종구(45) 씨는 “입주시기에 맞춰 버스 노선이 2개 개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정말 미치지 않은 이상 여기 들어와 살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입주도 하기 전에 투쟁 나선 입주민들… 예비 입주자 대부분은 여 씨와 똑같은 심정이다. 인천시, LH, 건설사들이 분양 당시 내세웠던 무지갯빛 청사진이 물거품이 되면서 집값 하락 등 그에 따른 피해를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입게 될 상황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영종하늘도시 7개 단지 입주 예정자들은 청라국제도시 입주자들과 공동투쟁위원회를 발족한 상태다. 이들은 건설사는 물론 국토부, 인천시, LH에 공동으로 대항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윤 입주예정자 대표연합회 회장은 “영종은 각종 개발계획 남발과 과대 분양광고로 분양받은 모든 사람이 희생양으로 전락했다”며 “정부, 인천시, LH, 건설사가 합작한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며 성토했다.

▲영종브로드웨이 사업 예정 구역. 현재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고, 원래 토지 상태 그대로 방치돼 있다.
섬 영종도가 `하늘도시`라는 꽤 세련된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2003년부터였다. 사업 시행을 맡은 LH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인천시 중구 운서동, 중산동 일대 1912㎡에 대규모 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갖가지 개발 계획이 태어났고, 땅을 분양받은 건설사들은 이를 분양 홍보에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당초 계획했던 개발 프로젝트는 모두 무산된 상황이다.

인천자유경제구역청에 따르면 한국판 브로드웨이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영종브로드웨이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벌써 착공해 2014년 완공을 앞두고 있어야 하지만 현재 사업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밀라노디자인시티 사업은 작년 법인이 파산해 현재 새로운 투자자 물색 중이며, 영종과 육지를 잇는 제3연륙교는 인천시, 정부, LH 간의 이견으로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정 회장은 “분양 당시에는 이 모든 것들을 프리미엄이라며 분양가에 다 포함해놓고 이제 와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안 된다고 한다”며 “왜 애꿎은 분양자만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모든 사업이 물거품이 되면서 집값도 내려가 현재 금융권에서 중도금 대출을 다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현재 각 건설사에 계약해제, 입주시기 연기, 분양가 인하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책임 미루는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정작 피해는 분양자 문제는 영종하늘도시 개발 사업은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등 여러 주체가 참여하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기관 사이에 이견이 발생하면 어느 한 쪽에서 조정을 하지 못하고 사업 진행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정 회장은 “입주 전부터 이렇게 투쟁에 나서는 것 자체가 답답하다”며 “하지만 분명히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나서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거품으로 가득한 영종하늘도시 개발사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2003년 당시 현재 기획재정부의 전신인 재정경제부는 인천시의 요청에 따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을 8개 사업 단위 구역으로 나눠 개발할 수 있도록 사업 인허가를 내줬다. LH와 인천도시개발공사는 각각 지분 70%와 30%를 가지고 사업 시행자로 참여했다. LH는 전반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개발 계획대로 잘 추진됐더라면 말이 나오지 않았겠지만, 현재는 모든 개발 사업 계획이 중단된 상태. 이렇다 보니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영종과 육지를 잇는 제3연륙교 사업이 대표적이다. LH는 이미 영종하늘·청라지구 조성원가에 5000억원을 반영했다.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분양가에 제3연륙교 조성 비용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토부, 인천시, LH 간 이견으로 이 사업은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제3연륙교가 건설될 경우 주변 민자 교량들의 통행료 감소에 따른 손실을 누가 어떻게 보상하느냐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 맞춰 준공될 예정이었다.

착공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 예정자들의 몫이다.

정 회장은 “제3연륙교는 원래 무료 통행 다리다. 이게 착공이 안 되면 입주자들은 기존 인천·영종대교를 건널 때마다 통행료를 내야 한다”며 “매번 통행료를 내고 집에 가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관련기사 ◀ ☞국토부-인천시 입씨름에 `제3연륙교` 파열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시선집중 ♡.♡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