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에서 M&A로 덩치를 키울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농협이 동시다발적인 M&A를 벌이기는 쉽지 않아 결국 `선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A 방향을 놓고 농협내 경제사업 부문과 금융사업 부문간에 미묘한 견해 차이도 감지되고 있다.
◇ `물류 vs 금융`..농협 M&A 어디로
19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 이르면 이달말 시작될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을 검토중이다.
농협 농업경제기획부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공고가 나면 입찰에 참여할 것을 검토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또 론스타와 HSBC간에 외환은행 인수계약이 불발될 경우,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는 내부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밖에 증권분야에서도 NH투자증권(016420)을 `빅5`로 키우기 위해 증권사 M&A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농협은 옛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든 바 있으며 보험사 인수도 고려하고 있다.
문제는 농협이 이러한 각 M&A 수요에 모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농협 고위관계자는 "한정된 잉여자금을 어느 M&A에 먼저, 집중 투입할 것인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대한통운의 경우 10여곳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예상 매각가격이 적게는 2~3조원, 많게는 3~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참고기사 ☞「대한통운 M&A 본격 시동..3가지 관전포인트(10월16일 오후1시54분)」
외환은행 인수 필요자금은 6~7조원에 이른다. 증권사의 경우 중소형 업체만 해도 최근 몸값이 5000억원 내지 1조원은 필요하다.
농협 신용(금융) 사업부문은 자본시장통합법 도래를 맞아 금융 대형화는 필수적인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의 순익을 낸 금융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농협 전체적으로 볼 때 이익이 크다는 것이다.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도 수조원을 들여 대한통운을 인수한다해도 연간 예상순익은 500억~700억원 정도지만, 은행이나 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금융부문에 투자하지 않고 적자부문에 여력을 쏟는 것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니냐`는 부정적인 인식도 일부 있다.
경제사업부 관계자는 "대한통운 인수전 참여에 대한 판단은 경제사업부가 독자적으로 내릴 수 있다"면서 타 사업부의 의견에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신용-경제 미분리 등 난제 많아
내부 논란 이외에 외부적인 문제들도 농협의 행보에 부담을 주고 있다.
우선 신용-경제사업 분리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10년후인 2017년까지 현 농협을 중앙회와 경제(유통), 신용(금융)의 3개 법인으로 분리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신용부문은 9조7000억원을, 경제부문은 4조6000억원을, 중앙회(교육·지원)는 3조2000억원을 각각 추가 자본금으로 적립해나가야 한다. 참고기사 ☞「농협 신용·경제사업 과연 분리될까(3월29일 오후4시1분)」
농협 전체적으로 매년 8000억~9000억원씩 자본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M&A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농민단체는 `M&A보다 농민지원에 더 집중하라`고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감독기구가 많다는 점도 농협의 M&A 추진을 쉽지 않게 하고 있다.
경제사업쪽은 주무부처인 농림부 정도가 있지만, 금융사업쪽은 농림부와 재경부, 금감위와 금감원 등과 폭넓은 `교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에 여권이나 청와대와의 비공식 사전협의까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또 농민단체의 의견과 국민 여론까지 살펴야 한다는 점도 농협의 M&A를 힘들게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야구단 인수 불발의 경우 농림부의 반대도 있었지만, 농민단체와 여론의 반대가 보다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다. 참고기사 ☞「농협, 프로야구단 인수 중단(종합)(1월18일 오후8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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