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 랠리, 경제현실과 모순"-WSJ

부동산 침체 심각..랠리지속 장담못해
과거 10번의 경기침체 중 8번 부동산 둔화로 고전
약달러로 인한 美 수출증가는 고무적
  • 등록 2007-10-02 오전 9:14:23

    수정 2007-10-02 오전 9:18:07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다우존스 지수가 사상 두 번째로 1만4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뉴욕 시장 랠리가 미국 경제 현실과는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미국 주택경기 둔화가 상당한데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로 나타난 이번 부동산 침체 정도가 과거보다 더 심각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GDP 비중은 5% 불과해도 파급효과는 막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저스틴 라하트 칼럼니스트는 이날 뉴욕 주식시장 개장 전 쓴 칼럼에서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은 경제 성장의 선행지표로 인식되고 있지만 최근의 미국 주가 상승은 경제 현실과는 모순적 행태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근 8월 기존 및 신규 주택판매,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 등 미국 주요 경제지표들은 잇따라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 거물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 달 17일 회고록 출간 직후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50%"라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50%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라하트 칼럼니스트는 최근의 주가 상승을 마냥 반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부동산 둔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주택경기 침체가 실물 경제의 다른 부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랠리가 얼마나 갈 수 있을 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택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국 가계자산 중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주택이다.
 
부동산 둔화가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추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역(易) 부의 효과(Wealth effect)`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다.
 
에드 리머 UCLA 교수는 "지난 10번의 미국 경기침체 중 8번이나 부동산 침체로 인한 GDP 증가율 하락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시장은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데 있어 대단히 높은 신뢰도를 제공하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弱달러로 인한 수출호조는 고무적..제조업 고용 호조"

다만 최근의 달러 약세로 미국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라하트 칼럼니스트는 평가했다. 수출은 미국 GDP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GDP에 대한 기여도 자체는 주택시장보다 더 높다.

지난 7월 미국의 수출은 2.7% 증가한 1376억8000만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카콜라, 휴렛패커드, 3M 등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매출 호조가 수반되는 것은 물론이다.

리머 교수는 "해외 매출 호조는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시켜 줄 것"이라며 "제조업은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수출 호조가 경기침체 우려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는 전일에도 날로 심화되고 있는 달러 약세가 부동산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관련기사 ☞ "弱달러가 美 경기둔화 위험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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