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앞으로 대격변이 예상됩니다. 그동안 국가 및 공공기관과 금융사가 클라우드 도입을 어렵게 만들었던 획일적인 망분리 제도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망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클라우드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는데, 그동안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획일적 망분리 버린다…글로벌 CSP 참여 확대 전망망분리는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망에서 인터넷을 차단하고, 인터넷 접속이 필요한 경우 별도의 PC를 사용하도록 하는 보안 정책입니다. 2006년 국가 및 공공기관에 먼저 도입되었고, 2013년 대규모 금융 전산사고를 계기로 금융권에도 확산되었습니다. 망분리는 보안이 우수하지만 인공지능(AI)이나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SaaS) 등 신기술 활용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AI 시대의 폭넓은 공공 데이터 활용 체계를 갖추라”고 지시하면서 전면적인 개선이 시작됐습니다.
국가 사이버 보안 주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지난 9월 새로운 ‘국가 망 보안 정책 개선 로드맵(안)’인 ‘다층 보안 체계(MLS)’를 도입 계획을 밝히며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MLS는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시스템을 기밀(C), 민감(S), 공개(O) 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로 차등적인 보안 통제를 적용해 보안성을 확보하면서도 인터넷 단절 없는 업무 환경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공공 및 금융 산업에서 망분리 정책이 개선되면 가장 두드러질 변화는 글로벌 CSP의 시장 참여 확대입니다. 그동안 글로벌 CSP들은 국내에 물리적인 전용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 망분리 정책으로 인해 참여가 제한적이었으나, 이번 망분리 완화 조치로 일정 보안 요건만 충족하면 국내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공공 시장이 글로벌 CSP들에게도 개방되면 클라우드 후발 주자인 토종 CSP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CSP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의 이용률은 각각 60%, 24%로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5%의 이용률로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공공 시장 개방 후 토종 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토종 CSP, PPP 시장에 주목그렇지만 여전히 글로벌 CSP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장도 존재합니다. 이 시장을 겨냥해 일부 토종 CSP는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공공 시스템 중 민감(S) 등급으로 분류된 시스템들은 정부의 통제에 따라 민간이 별도의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PPP 방식’으로 클라우드를 사용할 전망입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가 대표적인 PPP 방식의 인프라입니다. 현재 이곳에는 삼성SDS, KT, NHN클라우드 등이 입주해있는데, 국민의 민감 정보를 다루는 대형 정부·공공 시스템들이 클라우드로 전환될 때 대구센터를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망분리 제도 개선에 따라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은 당분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국정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MLS 체계에서 클라우드 도입 요건을 정립하고, 이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