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째 “카톡친구 추가해줘”…직장 내 성범죄, 1년 새 더 증가

직장갑질119, 직장 내 성범죄 피해 경험 설문조사
최근 1년 간 일터 성희롱, 성추행·성폭행 모두 증가
“법 제도 정비만으론 한계…성차별 인식 개선 필요”
  • 등록 2024-09-08 오후 12:00:00

    수정 2024-09-08 오후 3:26:12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성폭력을 경험한 이들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과 제도를 손보는 차원을 넘어 일터 성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범죄 피해 경험’을 설문 조사한 결과, 최근 1년 내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는 답변은 전체의 20.8%로 지난해(14.2%)보다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성추행·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 역시 20.8%로 이전(13.8%)보다 늘었다.

스토킹처벌법 개정과 스토킹방지법이 제정돼 시행 중이지만 직장 내 스토킹 피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1년 사이 직장 내 스토킹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2023년 15%에서 2024년 16%로 차이가 없었다. 지난 7월 이 단체에 제보한 A씨는 “동료가 제게 청바지를 입으면 청바지를 입어서 더 예쁘다는 등 외모 평가를 하고, 카톡 친구 추가를 해달라며 몇 달을 조르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직장 내 성범죄 피해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여성의 성희롱 경험 응답은 26.1%로 남성(19.1%)보다 7%p 높았다.

성추행·성폭력 피해 역시 여성 19.7%, 남성 10.6%로 차이를 보였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특히 행위자가 하급자인 경우가 거의 없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상대적으로 하급자에 의한 폭력 피해가 더 많이 확인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과 성폭력처벌법, 스토킹처벌법 등 직장 내 성범죄를 다루기 위한 법은 마련돼 있지만 피해자 중 절반 가량은 신고를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226명 가운데 55.8%는 ‘신고 대신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밝혔다. 12.7%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한 제보자는 “부장에게 성희롱을 당해 신고했는데 회사는 부장과 동갑이니 이 일로 더 친해질 수 있지 않겠냐고 종용했다”며 “이를 거부하고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요구하자 그때부터 퇴사 종용과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법과 제도 차원의 노력을 넘는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직장갑질119 김세정 노무사는 “법 제도 개선만으로는 현실을 바꾸기 어렵고 조직 문화와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여성은 가해자에 비해 지위가 우위에 있더라도 직장 성폭력 피해자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직장문화의 성평등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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