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독일 의회에 입성한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의원이 살해 협박 편지를 받은 지 몇 주 만에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 카람바 디아비 의원. (사진=엑스 @KarambaDiaby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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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사회민주당(SPD) 소속의 카람바 디아비(62)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젊은 정치인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며 내년 독일 연방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디아비는 세네갈 출신의 이민자로, 독일에서는 아프리카계 이민자 출신 중 최초로 하원 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3년 독일 총선에서 동부의 작센-안할트주 선거구에 당선된 이후 정치 생활을 이어왔는데,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디아비는 ‘살해 협박’이 자신의 정계 은퇴의 주요 이유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가디언은 “인종차별적 모욕과 살해 위협이 역할을 했다고 널리 믿어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디아비는 은퇴 선언 몇 주 전에도 살해 협박이 담긴 편지를 받았으며, 그의 의원실 직원들도 이러한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디아비는 지난 2020년에도 작센주 할레 지역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 의문의 총탄 구멍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에 총알 자국이 남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 지난 2020년 카람바 디아비 의원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총탄 구멍. (사진=엑스 @KarambaDiaby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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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디아비는 사무실 방화, 직원 협박 등 각종 인종차별적 괴롭힘을 받았다며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여러 건의 살인 위협에 직면했다. 이제 이건 한계를 넘었다”고 말했다.
디아비는 세네갈에서 동독 정권이 흔들릴 때인 1986년 장학금을 받고 할레로 유학을 왔으며 2001년 시민권을 얻었다.
한편, 유럽에서는 최근 극우 정당이 세를 불리며 인종차별이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독일의 극우 정상 독일대안당(AfD)은 지난달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15.9%로 2위를 차지했다. 디아비는 독일대안당이 유럽의회에서 입성한 후 자신에 대한 공격이 더 심해졌다며 “우리는 AfD 동료들의 공격적인 연설을 듣는다. 그것은 2013년에서 2017년 사이의 기간과 비교하면 정말로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