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난해 건설 수주가 지방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지방 모두 토목 공사는 늘었지만, 건축 수주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수주 감소율은 지방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2023년 지역별 건설 수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수주는 전년 대비 19.1% 감소했다. 수도권 건설 수주의 경우 86조 8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21.6%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2018년 71조 3000억원, 2019년 86조 4000억원, 2020년 92조원, 2021년 103조 3000억원, 2022년 110조 7000억원 등 최근 4년간 지속된 건설 수주 상승세가 반전됐다.
지방도 88조 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줄었다. 지방의 건설 수주 역시 2019년 67조 8000억원, 2020년 87조 9000억원, 2021년 93조 1000억원, 2022년 105조 7000억원 등 최근 수년간 상승세가 계속됐다.
통계청의 건설경기동향조사를 토대로 한 이번 보고서에서 건설 수주가 감소한 것은 양호한 토목 분야 수주 실적에도 건축 쪽 수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도권 건축 수주는 63조 2000억원으로 전년(92조 2000억원) 대비 31.4% 줄었다. 이는 최근 5년간 최저치다. 토목은 23조 6000억원으로 전년(18조 5000억원)보다 5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방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토목 수주 실적은 35조 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건축 수주는 52조 7000억원으로 전년(74조 8000억원)보다 29.6% 감소했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주 실적이기도 하다. 지방에서도 대구와 전남, 경남, 충청권의 건설 수주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건설 수주는 2조 6000억원으로 최근 11년간 최저치이자, 전년 대비 46.1% 줄었다. 대구는 토목(8.4%↓)과 건축(49.5%↓) 수주가 동시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전남은 전년 대비 40.4% 감소했으며, 경남은 36.4% 줄었다. 충청권인 세종(29.0%↓), 충남(31.5%↓), 충북(38.7%↓)도 건축과 토목이 동반 부진하며 전년 대비 30% 내외로 수주가 위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축 수주는 대부분이 아파트와 같은 주택 공사”라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수도권의 건축 수주까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구, 경남, 충청권 등 수주 침체가 심각한 지역도 부동산 시장이 안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