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혈관 '공업용수' 시설, 서울서 86년 만에 사라진다

서울시, 영등포구 공업용수도 2025년까지 폐쇄키로
  • 등록 2022-08-14 오전 11:28:21

    수정 2022-08-14 오전 11:28:21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서울시는 영등포구에 남아 있는 마지막 공업용수 공급 시설을 오는 2025년까지 폐쇄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 내 공업용 수도시설 배수지. 사진=서울시 제공.
이로써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9년부터 건설돼 해방 이후 대한민국 근대 산업화를 견인했던 서울시 공업용수도의 역사가 86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공업용수는 완벽한 정수 공정을 거쳐 공급하는 수돗물과 달리 원수 그대로 또는 간이 정수 공정을 거쳐 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수도를 말한다. 복잡한 정수 과정을 별도로 거치지 않고, 취수구를 통해 끌어올린 한강 물을 그대로 공급하기 때문에 수돗물보다 훨씬 싸다.

시에 따르면 서울의 공업용수 공급 시설은 일제강점기 부평과 영등포 일대 군수 공장에 공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지난 1939년 한강1·2철교 남단 노량진에 건설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는 구로동 한국수출산업공단 조성에 맞춰 서울시가 1969년 영등포정수장 내에 하루 5만 톤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업용수 시설을 건설했다. 시는 1977년까지 하루 용수 공급 규모를 13만 톤으로 확대했다. 한강 물을 퍼 올려 인근의 공장 밀집 지역인 양평동·문래동·당산동·영등포동·구로동·도림동 등에 공업용수를 공급했다.

산업화가 정점에 이른 지난 1974년 서울시 공업용수도는 48개 업체에 하루 7만1000 톤을 공급했으나, 이후 대부분의 공장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올 초에는 3개 업체(CJ제일제당·수화기업·롯데제과)와 도림천 유지용수로 하루 1만5000 톤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시설 노후화와 잦은 누수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자 시는 지난 5월 시설 유지 효율성을 놓고 전문가 안전 진단을 받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시설을 개선하기보다는 폐쇄하는 쪽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해당 공업용수도를 쓰던 3개 업체 중 2곳을 설득해 공급을 끊었고, 마지막 남은 롯데제과와도 최근 합의를 이뤘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공업용수 공급 관로와 관련 시설을 모두 폐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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