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로드]양 머리를 통째로..`스말라호베`<52>

도축한 양머리 훈제해 삶거나 쪄먹는 토속음식
크리스마스 직전 먹는 풍습 여전
  • 등록 2021-11-20 오후 3:00:00

    수정 2021-11-20 오후 3:0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노르웨이어로 `Smale`는 양을, `Hovud`는 머리를 뜻한다. 현지의 토속 요리 스말라호베(Smalehovud)는 양 머리를 통째로 요리한 것이다. 우리로 치면 돼지머리와 비슷한데 조리 방법이나 형태, 의미는 다르다.

비지트노르웨이닷컴에서 소개한 스말라호베 제조 공장.(사진=홈페이지 갈무리)
도축한 양의 머리를 양분해서 털을 제거하고 물에 담가 핏기를 제거하는 걸로 음식은 시작된다. 이걸 소금에 절여서 염장해서 훈제해 보관한다. 나중에 삶거나 쪄서 먹는다. 뇌, 혀, 눈 따위 부위가 그대로 유지된 채다. 으깬 감자와 맥주, 스칸디나비아에서 흔한 증류주 `아쿠아비트`(Akvavit)와 곁들이는 게 보통이다.

태생 자체가 보관 음식이다.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육류를 생고기를 먹는 것은 호사에 가까웠다. 대부분 가축은 도축하면 수분을 날려 보관 음식 형태(햄이나 소시지, 육포 등)로 먹었다. 스말라호베도 이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이니 양의 머리라고 허투루 버릴 리가 만무했다.

이런 이유에서 대중적이라기보다 가난한 이들 사이에서 주로 먹던 음식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적으로 판매하는 식당이 늘었다. 별미로 일컬어진 탓이다. 귀 부위는 식감이 일품이고 턱부위는 부드러워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노르웨이 호르달란주(州) 도시 보스(Voss) 지방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방에서는 수 대째 스말라호베를 생산하는 제조 시설이 들어서 있을 정도다.

통상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주로 먹었다. 현지에서는 크리스마스 직전 일요일(skoltesøndag)을 일컫는 의미에 두개골(skolt)이 들어간 데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양이 살이 찌는 가을부터 도축을 시작하는 탓에 자연스레 겨울에 양고기 소비가 많은 것도 한몫했다.

한때 유럽연합은 이 요리를 금지하기도 했다. 양이 앓는 괴질인 스크래피가 사람에 전염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소로 치면 광우병과 비슷한 이 병 탓에 한때 유럽에서 양고기 식용이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에게 옮는 인수공통감염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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