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몽골인은 말 젖을 원료로 술을 빚어 마신다. 현지어로 아이락(Айраг)이라고 하고 마유주(馬乳酒)라고도 일컫는다. 포유류의 젖인만큼 우유(소젖)처럼 희다. 빛깔은 막걸리와 비슷하고 알오콜 도수는 숙성 기간에 비례해서 올라간다. 오래된 아이락은 와인이나 우리의 소주에 버금갈 만큼 독하다고 한다.
| 아이락.(사진=나무위키) |
|
모든 유(乳)가 술을 담그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말젖은 소나 양의 젖보다 단백질 함량이 적지만 젖당이 높아서 술을 만드는 데에 낫다고 한다. 젖당은 발효하면서 유기산인 ‘젖산’을 분출한다. 그러면서 알코올 성분이 만들어진다. 초원을 터잡아 살아가던 몽골인에게 말은 원없이 마유를 제공했다. 너른 목초를 뜯고 자란 말에서 짜내는 마유는 건강한 식재료이기도 했다.
문제는 쉽게 상하는 것이었다. 유목 생활을 하는 터에 보관하는 것도 만만찮게 까다로웠다. 오래 두려고 저장해서 먹으려고 발효를 시작한 것이지 술을 담그려고 아이락을 만든 게 아닌 측면이 있다.
사실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골인에게 곡물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술의 주원료가 곡물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술은 몽골인에게 사치품에 가까웠을 수 있다. 칸의 몽골제국 당시 아이락이 귀족 등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는 데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은 남녀노소가 아이락을 즐길 만큼 보편화했다. 숙성한 지 얼마 되지 않으면 술이라기보다 요쿠르트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한다. 집(게르)을 찾은 손님을 접대하는 용도로 내어주기도 한다. 다만 말 말고도 양이나 염소, 젖소 젖으로도 만드는 것도 충분해서 마유주라는 명명은 모든 재료를 아울러 담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아이락은 몽골의 정체성과도 닿아 있다. 현지인들은 매해 새해 아이락을 마시면서 과거를 거슬러간다고 한다. 칸의 몽골 제국이 영화롭게 번창하는 데에 밑거름이 된 게 말이라는 점에서, 말의 젖을 소비하면서 선조를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