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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 TF에서 의약품 개발의 핵심인 임상 디자인(설계)을 맡은 정밀의료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업 헤링스의 남병호 대표는 12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치료제 등을 도입한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임상에 도전해 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임종윤 대표가 주축이 돼 코로나 종식을 위한 ‘광속 TF’를 출범했다. 여기에는 한미 계열사 코리 테라퓨틱스를 비롯해 바이오벤처 헤링스, 테라젠바이오, 신테카바이오(226330) 등과 서울대, 포항공대, 한동대, 계명대 등 의료 및 의과학 대학 등이 대거 참여했다.
디지털 치료제가 가미된 환자 맞춤형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광속 TF는 기존의 일반적인 의약품 임상 시험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우선 통상 경증, 중등증, 중증 등 큰 범주로 진행되는 현재의 일반적인 임상 시험 환자군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남병호 대표는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임상 시험은 코로나19 환자의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개별적인 주평가지표를 설정할 수 없다”며 “임상 시험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힘들 뿐더러 허가를 받더라도 많은 환자에게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남병호 대표는 또 “약물 투여 역시 주된 약물로 쓰는 한 후보물질만이 아니라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해 염증 치료제나 면역 강화제 등을 함께 투여하는 다약제 처방(MDT, Multiple Drug Theray)이 필요하다”며 “특정 약이 잘 먹히지 않을 경우 사전에 계획한 또다른 후보물질을 연속해서 투여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에서는 효능을 입증하고자 하는 특정 후보물질을 투여해 효과가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속TF는 같은 환자에게 사전에 계획한 다른 후보물질을 투여해 치료 효과를 계속해서 탐색하면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낸다는 계획이다.
남병호 대표는 “이런 새로운 임상시험을 통하면 기존 임상설계에서 개발된 약으로는 잘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쁜 약은 없고 나쁜 임상 설계(디자인)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남병호 대표는 서울대를 거쳐 보스턴 보건통계학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최고 임상 디자인 및 임상 컨설팅 전문가다. 그는 2014년 직장암 수술에서 복강경 수술이 표준 치료법으로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계 최초 관련 임상 시험 등 주요 임상시험의 임상 디자인을 담당해왔다.
광속TF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는 아직 허가된 게 없다. 구상하는 임상시험계획이 당국에서 허가될지도 확실치 않다. 남병호 대표는 “아직까지 한번도 이런 임상이 진행된 바가 없다”며 “식약처와의 사전 미팅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치료제 개발에 대해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속TF는 이달 중으로 식약처와 사전 미팅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