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2000억 골다공증약…국산, 복합제 앞세워 외산과 '경쟁'

  • 등록 2018-04-04 오전 7:57:59

    수정 2018-04-04 오후 7:09:09

(그래픽=이서윤 기자)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내 연간 2000억원 규모로 형성된 골다공증치료제 시장과 관련, 국내 제약사들이 기존 시장을 장악한 해외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하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치료제 시장은 인구고령화로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매년 10% 안팎으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한 지난해 국내 골다공증치료제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정도다. 이 중 국내 제약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들이 기존 치료제의 불편함을 줄인 개량신약 등을 앞세워 비율을 연내 20% 안팎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뼈는 파골세포가 오래된 뼈성분을 없애고 조골세포가 새로운 뼈성분을 만들면서 유지된다. 골다공증은 조골세포 기능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뼈성분을 만들지 못해 생긴다. 골다공증치료제는 파골세포가 뼈성분을 없애는 것을 막아 뼈성분이 오래 남게 한다. 대부분 골다공증환자는 골다공증약 외에 뼈형성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D를 추가로 먹는다. 국내 제약사들의 공략 포인트가 바로 이 것이다. 기존 골다공증치료제에 비타민D를 추가해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골다공증치료제 ‘라본디’에서 올해 80억원 이상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라본디는 지난해 7월 출시한 이후 월평균 12% 이상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약은 파골세포 대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작용해 골흡수를 억제한다. 라본디는 다케다의 ‘에비스타’와 같은 성분에 비타민D를 더한 약이다. 기존 파골세포에 작용하는 약은 골괴사나 골절 위험이 있는데, 라본디는 여성호르몬에 작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

한미약품은 라본디에 자체 개발한 제제기술인 ‘폴리캡’을 적용했다. 이 기술은 여러 약 성분을 한 캡슐에 담을 때 약을 섞지 않고 각각을 분리해 담는 방식으로 약 성분끼리의 상호작용을 줄일 수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라본디가 복합제임에도 기존 에스트로겐 수용체 작용제와 가격 차이가 없어 환자들의 부담을 줄였다”며 “아직 출시 초기지만 앞으로 회사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유제약(000220)은 올해 ‘맥스마빌’에서 4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유유제약은 지난 2005년 세계 최초 복합 개량신약인 맥스마빌을 출시하며 국내 제약사로는 골다공증 복합제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맥스마빌은 10년 이상 된 약이지만 지난해 33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수요가 꾸준하다.

맥스마빌은 골다공증치료제 성분인 알렌드로네이트에 비타민D를 합친 약이다. 10년 이상 검증한 안전성을 바탕으로 유유제약은 약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유유제약은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골다공증약을 더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서양인에 맞춘 복용량을 절반으로 줄여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맥스마빌을 1년간 복용한 환자들의 요추골·고관절의 골밀도가 각각 5%·1.5%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유유제약 관계자는 “맥스마빌은 오랜 기간 안전성과 효과를 인정 받은 제품”이라며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의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등 시장의 신뢰를 이어가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림제약은 ‘리세넥스플러스’에서 지난해 4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리세넥스플러스는 국내 골다공증 치료제 매출 상위 10위권에 유일하게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역시 골다공증치료제 성분에 비타민D를 합친 약으로 가장 큰 장점은 1주일에 한 번만 먹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림제약은 리세넥스플러스로 지난 2011년 ‘대한민국신약개발상’에서 기술상을 받았다. 한림제약은 이듬해 한 달에 한 번 먹는 ‘리세넥스엠’도 출시했다. 한림제약 관계자는 “골다공증치료제 성분이 골감소를 막는 효과가 있지만, 반대로 위장장애 부작용이 있고 지속 복용할 경우 골괴사 위험도 크다”며 “약을 자주 먹으면 이런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는데 한 달에 한 번만 먹으면 부작용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국내 제약사들의 선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골다공증 환자라면 필수로 챙기는 비타민D를 복합제로 만들어 편의성을 높인 점이 국내 제약사들의 강점”이라며 “하지만 글로벌 의약품과 제대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상연구로 약효를 인정받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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