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고준혁 기자] “중국 기업만 퇴출당하는 것도 아닌 데 유독 중국 기업이 상장폐지를 당하게 되면 이슈가 커진다. 중국도 이제 경제대국 위상에 맞는 감독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손해만 볼 수 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국원양자원에 대한 정리 매매를 진행하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국내 증시 상장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증권사 직원들 사이에서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가 성장하려면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하는 데 중국원양자원 퇴출로 중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욱 확산할 우려가 커진 탓이다.
고섬 사태 이후 깐깐해진 검증 시스템
금융투자업계는 고섬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회계법인과 공조해 상장 이후 나올 수 있는 악재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고 상장 예비기업 고객사를 점검하기도 한다. 중국 기업 상장 노하우가 쌓이면서 중국 당국에 내는 세금 정보 정도는 손쉽게 확인한다. 상장을 준비 중인 중국 기업에 내부 관리 시스템 정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 국내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컬러레이홀딩스는 지난해 7월 한국 가율회계법인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컨설팅받았다. 컬러레이는 내부회계관리 테스트 내부감사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中기업 상장수요 큰데…韓에선 공포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한 중국 기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휴대폰 부품업체 코웰이홀딩스는 지난 2011년 국내 증시에서 자진 철수했다. 지난 2015년 홍콩 증시에 상장했고 시가총액은 국내 증시에 상장했을 때보다 4배 가량 커졌다. 중국식품포장도 지난 2013년 국내 증시를 떠난 뒤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뒤로 매출은 2~3배 증가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탓에 좋은 기업은 떠나고 남은 기업 가운데 일부가 퇴출당하면서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로 상황이 악화됐다. 해외기업 유치 업무 담당자들은 중국 기업이 투자자 신뢰를 잃은 것보다 투자자가 무관심해서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를 떠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큰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나스닥시장만 보더라도 중국 기업이 상장하지 않으면 활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중국 기업 유치 중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5년 후면 중국 자본시장도 완전한 형태를 갖출 것”이라며 “그때는 중국 기업이 국내 증시에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중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면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공모가가 낮아도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중국 기업에 대한 편견이 심한 탓에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담당자들은 안타까워 했다. 한 IPO 담당자는 “카카오와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 문제로 코스닥시장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며 “중국을 비롯해 해외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