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文·洪·安 …대선후보 5人 ‘나의 아버지·어머니’

“돈, 최고 아니다” “비굴하지 말라”…그들 있게 한 말씀
문, 가난의 추억 자립·독립심 일깨워
홍준표, 셋방살이 유년시절
불공평한 세상 바꾸겠다 결심
안 ‘남 먼저 생각하라’ 가르침
컴퓨터백신 무료 배포 이어져
유, 부친 “의협심 가져라” 강조
심, 비주류 삶 노동운동가 밑거름
  • 등록 2017-05-08 오전 6:10:50

    수정 2017-05-08 오전 7:04:5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나를 성장으로 이끈 건 8할이 부모님의 믿음이었다.” “부모를 통해 세상을 배웠고 꿈을 봤다.”

이데일리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어버이날을 맞아 19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나선 대권주자들의 ‘부모’를 통해 후보 각자의 삶의 궤적, 평소 신념을 들여다봤다. 각 후보 캠프에서 공개한 유년시절 이야기와 자서전, 방송·신문기사 등을 토대로 했다.

△문재인, 가난의 경험 자립·독립심 키웠다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문재인(64)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찢어지게 가난한 유년을 보냈다. 양동이를 들고 줄을 서서 배급을 타 먹을 정도였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의 실향민인 모친 강한옥(90) 씨는 똑똑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 문용형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졌다. 좌판장사와 연탄배달 등 막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어머니가 이끄는 연탄리어카의 뒤를 밀던 가난의 경험을 통해 자립심과 독립심을 키웠다고 고백했다.

문 후보는 “가난은 어린 나를 주눅들게 했다”면서도 “가난은 돈이란 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가치관을 자리잡게 했다.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문 후보는 “부친은 당시 대표 저항잡지인 ‘사상계’를 읽는 등 사회의식이 깊었다. 아버지가 나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홍준표, 누명 쓴 아버지 보며 ‘검사 결심’

홍준표(63) 자유한국당 후보는 자신을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라고 말한다. 1954년 경남 창녕 출생인 홍 후보는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까막눈인 어머니 아래서 힘겨운 유년을 보냈다. 홍 후보는 “(셋방살이를 전전하느라) 초등학교 6년 동안 5번이나 전학했다”고 회고한다. 원래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희망했지만 한때 일당 800원을 야간경비로 일하던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에 붙잡혀가는 모습을 보며 불공평한 세상을 바꿀 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홍 후보는 “한겨울 추운 인생을 깡소주로 달래던 아버지는 큰 병원에 가보지도 못한 채 울산 복산동 단칸 월셋방에서 돌아가셨다”며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장이었지만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곧은 성격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했다.

공직에서 내려온 것도 타협을 모른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는 게 홍 후보의 말이다. 서울지검 강력부 시절인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로 스타검사가 됐지만 검찰 내부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힌 뒤 한직을 전전하다 스스로 옷을 벗었다고 했다. 홍 후보는 “무학 아버지와 문맹 어머니의 아들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서민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안철수, 어머니 항상 ‘존댓말’ 써

안철수(55) 국민의당 후보의 부친 안영모(87) 씨는 부산에서 유명한 의사였고 모친 박귀남(82) 씨는 이화여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재원이다. 안 후보의 말과 행동, 성품은 부모의 영향을 받았다. 안 후보는 “병원에 책을 팔러온 외판원에게서 부친은 어린이용 세계문학전집, 과학전집 등을 사줬다”며 “공부에 흥미를 못 붙였지만 닥치는 대로 책을 읽은 게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고 인생 전체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고 했다.

존댓말 화법은 모친의 영향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에 어머니가 택시를 잡아주면서 “다녀오세요”라고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본 기사가 “형수님이냐”고 물었던 적도 있다. “어머니”라고 답하자 “학생은 훌륭한 어머니를 뒀으니 은혜를 잊지 말고 잘 모시라”고 했다.

안 후보는 “부모님은 무슨 일을 하든 남을 먼저 생각하고 존중하라고 가르쳤다. 직접 실천해 보여줬다”고 말해왔다. 이런 부모의 영향이 안철수연구소 대표 시절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한 일로 이어졌던 셈이다.

△유승민, 비굴하지 않은 삶은 산 부친

유승민(59) 바른정당 후보는 문 후보와 홍 후보에 비해선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유 후보는 유수호(2015년 작고) 전 의원이 부친이다. 판사 출신에 13·14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부친의 고향은 경북 영주지만 그는 대구 삼덕동에서 출생한 대구 토박이다.

엘리트 법조인에 정치인 아버지를 둔 유 후보는 그러나 유복함을 티 내는 일은 없었다고 전해진다. 형제들은 부친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형인 유승정 변호사는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방법원장 등 고위직 판사 출신이고, 누나 유진희 씨는 법조인과 결혼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일한 정치 후계자는 유 후보인 셈이다.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경제전문가로 활약하다 정치에 입문했다.

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당의 사퇴요구와 단일화 압박에도 완주를 고집한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임에 분명하다. 유 전 의원은 유 후보에게 “의협심을 가져라. 절대 비굴하지 말라”고 항상 강조했다.

△심상정, 비주류의 삶이 노동운동가로

심상정(58) 정의당 후보는 1969년 경기 파주에서 태어났다. 야구를 좋아해 충암여중 재학 당시 야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동대문운동장을 향했고 당시 학생 야구기자로도 활동할 만큼 적극적인 소녀였다. 명지여고 땐 영화에 빠지기도 했다.

교사인 아버지는 자녀들을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집착이 강해 4남매 입시를 도합 13수에 이르게 했다. 두 명의 오빠가 각각 4수, 언니가 3수, 심 후보는 재수를 해 서울대에 입학했다. 없는 살림에 과외와 학원수업까지 받았던 오빠들과 달리 심 후보와 딸들은 스스로 공부했다고 알려졌다.

심 후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큰 오빠의 밥을 해주며 학교를 다녔다. 재수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뛰어야 했다. 대학 시절 공활(대학생이 방학 때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충격을 받고 곧바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심 후보는 2013년 출간한 저서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것’에서 “한국 정치권에서 진보정당 출신 정치인은, 그것도 여성 정치인은 비주류 중의 비주류고 마이너 중의 마이너다. 돌이켜보면 바로 그렇게 비주류로 살아온 삶이 오늘의 심상정을 만들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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