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민은 데자뷔를 원치 않는다

  • 등록 2012-10-29 오전 9:30:00

    수정 2012-10-29 오전 9:30:00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3년 전 특파원으로 뉴욕에 부임해 있었을 때의 일이다. 총영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뉴욕을 방문한 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와의 티타임 중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깨끗하다”고 평가했다.

당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의 뉴저지 고급 아파트 계약과 관련해 외화 불법송금 의혹이 불거졌던 때였다. 이 의원은 “가족과 측근 모두 비리에서 자유로운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유일하다”고 재차 치켜세웠다.

부정할 근거를 찾기 어려웠다. 그때는 그랬다. 먼 과거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이 대통령 스스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신만만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다.

호언은 무색해졌다. 지난 주 아들 시형 씨가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으로 특검 수사를 받았다. 대통령 임기 중 아들이 특검에 소환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도 소환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작은형 이상득 전 의원이 파이시티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유치하는 등 국격을 한 단계 높이는 업적을 이뤘다. 경제 면에서도 금융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하고, 국가신용등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도덕성이 무너지면 이러한 업적은 송두리째 잊혀진다.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한 것도 결국 도덕성이 무너진 것이 절대적이다.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이명박 대통령까지 6명의 대통령들이 모두 재임 중 또는 퇴임 후 자녀가 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불려갔다. 대통령 형제를 비롯한 친인척과 측근까지 포함하면 ‘깨끗한’ 정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 출범 때마다 대통령은 친인척과 측근 비리 척결을 외친다. 그리고는 임기 말이 되면 주변 인물들이 줄줄이 수사기관에 불려가는 일이 반복된다. 차기 유력 대선 후보들도 친인척 비리 근절책을 내놨다. 특별감찰관 신설에서부터 친인척의 공직 진출 제한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경험상 이같은 장치들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지금처럼 국민들이 임기말 경험하게 될 데자뷔(deja-vu)를 먼저 걱정하게 해선 안된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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