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물건들, 쓸모없지만 왠지 끌리네

추석 연휴 볼만한 전시
  • 등록 2007-09-18 오전 9:21:27

    수정 2007-09-18 오전 9:21:27

[조선일보 제공] 명절 때가 되면 온 가족이 이곳 저곳을 찾아가보지만, 생각만큼 재미를 얻지 못한다. 왜 온 가족이 모여서 이것을 즐겨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 미술전시 관람의 주제를 정했다. 바로 ‘수집’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 남들에게는 쓸모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왠지 그것에 정이 가는 물건 말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애용해서도 아니다. 그저 자기 곁에 두고 싶을 뿐이다.
 
▲ ‘상상마당’에서 열리는‘현태준-국산품’전에 전시중인 현태준의 그림. 하위 문화를 패러디해서 장난 같고 낙서 같은 그림으로 만들었다. /상상마당 제공
 
최근 이러한 ‘수집의 논리’를 이용한 전시들이 열리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야 한다면, 홍대 앞에 위치한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현태준-국산품’전(10월 28일까지·02-330-6200)을 추천한다. 일단 그곳에는 다양한 장난감으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지금의 아이들이 가지고 놀 만한 것들은 아니다. 그곳에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친숙한 장난감들이 자리한다. ‘사춘기의 외로운 아톰’, ‘경상도 슈퍼맨’, ‘내성적인 스파이더맨’, ‘영원한 친구 라라’ 등이 있다. 그리고 과거 인쇄물을 패러디한 작품들도 있다. 수집광인 현태준은 80년대와 90년대 자신과 함께했던 홍대 앞 하위문화를 수집하고 작품으로 형상화하여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어른들에게는 진한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부모님과 함께 추석을 보내야 한다면, 광화문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의 ‘이수경-EARTH, WIND, AND FIRE’전(10월21일까지·02-2020-2055)을 추천한다. 이수경은 누군가 쓸모없다고 버린 것들을 다시 모은다. 조선백자를 재현하기 위해 구워졌으나 가마에서 나오는 순간 도공에 의해 파괴된 파편들을 금으로 접합해 새로운 도자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도자는 도공과는 다른 의미의 완벽성을 통해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을 보여준다.

연인과 함께 보낼 계획이라면 시청에 있는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전(30일까지·02-2022-0600)을 추천한다. 데이트 코스로서 고궁이라는 장점도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는 한 시대를 풍미한 합스부르크 왕가 컬렉션이 회화를 통한 16~17세기 유럽 역사기행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유럽을 함께 거닐며 나눌 이야기들이 많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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