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축구 리버풀, 美에 팔려… 인수총액 4003억원

‘리버풀! 너마저…’
  • 등록 2007-02-08 오전 9:08:20

    수정 2007-02-08 오전 9:08:20

[조선일보 제공] 115년 역사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18회 우승을 자랑하는 명문 클럽 리버풀이 미국 자본에 넘어갔다. AP통신은 7일(한국시각) 미 프로야구(MLB)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주 톰 힉스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몬트리올 캐네이디언스 구단주 조지 질레트가 1억7400만 파운드(약 3180억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클럽 리버풀을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리버풀의 부채까지 떠안기로 해 인수 총액은 2억1900만 파운드(약 4003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팬들의 반발을 염려한 듯 공동회장을 맡기로 한 힉스와 질레트는“돈벌이 때문에 인수한 것이 아니며 승리의 열정과 구단의 전통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리버풀은 미국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가들이 소유한 세 번째 프리미어리그 팀이다. 2005년 미 프로풋볼리그(NFL)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의 구단주 말콤 글레이저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인수했고, 지난해 9월에는 역시 NFL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구단주인 랜디 러너가 아스톤 빌라를 인수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가 외국인들의 쇼핑 대상이 된 것은 1997년 이집트 출신 사업가 모하메드 알 파예드가 풀햄 구단을 사들이면서 본격화됐다.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를, 러시아 출신 무기상으로 프랑스 국적을 지닌 알렉산더 가이다막이 포츠머스를 소유하고 있다. 아이슬란드 출신 사업가 에게르트 마그누손이 구단주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까지 합하면 프리미어리그 20개 팀 가운데 7개 구단주가 외국인이다.

최근 미국 스포츠 구단 운영 경력을 지닌 사업가들이 잉글랜드 프로축구로 진출하는 이유는 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최근 세 시즌 중계권료만 약 5조원에 판매될 정도로 투자 가치가 높아진 것. 취미 생활과 명예에 무게를 둔 러시아 출신 재벌들과 달리 팀 운영은 철저히 경제 논리에 따른다. AP통신은 40년 전 리버풀 출신의 록그룹 비틀스가 미국에 진출했던 것에 빗대 미국 스포츠 자본이 영국 축구를 잠식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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