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그?

국정홍보처 책자 배포… 전문가들 “이상한 논리로 호도”
"부동산정책, 경기 살릴것 서민들에겐 피해 없어요"
  • 등록 2006-09-07 오전 9:11:44

    수정 2006-09-07 오후 1:20:19

[조선일보 제공] 그동안 지적돼온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거꾸로 해석하며 정부 논리만을 앞세운 정부 홍보 책자가 발간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4일 ‘투기시대의 종말’이라는 제목의 부동산 정책 홍보 책자 1만부를 제작,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연구기관, 도서관 등에 배포했다. 이 책자는 현 정부 출범 후 수십차례 발표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부동산 경기침체, 아파트가격 상승, 서민층 주거부담 증가 등의 부작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10문10답 형식으로 정부 논리를 전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홍보책자는 현실을 왜곡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이 경기 살린다→

책자는 부동산 정책이 집 값을 안정시켜 주거 비용이 줄어들면, 주택 관련 융자를 갚느라 위축됐던 가계 소비가 살아나는 등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건설 경기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를 깎아먹는 등 경기침체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올 들어 지방 건설시장은 미분양 사태(미분양 아파트 5만5000호 발생)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2분기 건설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 5일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도 부동산 경기침체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또 부동산 정책으로 세부담이 증가하면서 가계소비 심리가 위축돼 소비 지출이 올해 1분기 4.8%에서 2분기 4.2%로 둔화됐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경기 침체→자산 가치 하락→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逆)자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들 피해 없다→

정부는 부동산세 강화로 대다수 중산·서민층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금 인상으로 월·전세 가격과 임대료를 인상하는 조세 전가(轉嫁) 현상이 발생해 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해 0.3% 하락했던 서울의 전세가격은 올 들어 8월까지 4.6% 상승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양도세 중과 조치로 주택 매물이 감소하고 양도세만큼 주택 매도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전·월세 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 이자 부담까지 커져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등 서민 경제가 침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 부담 낮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0.89%)보다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거래세와 상속세 등 전체 부동산 세금으로 따지면 GDP 대비 2.59%로 6위이며 총 조세 대비 부동산세 비중(10.61%) 역시 미국(11.93%)에 이어 2위다.

손재영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보유세가 낮다는 사실만 강조하면서 보유세 실효세율(주택가격대비 보유세액) 1%라는 근거 없는 목표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에 주택 늘리면 부동산 투기 조장?

책자는 강남 지역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으며 주택 공급을 늘리면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1993~2003년 동안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의 신규 일자리 수는 서울시 전체의 61%인 11만406명인 데 비해 아파트 세대 수는 5%인 2만3757가구 증가에 그쳤다”며 “이 같은 공급부족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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