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적의 불행은 나의 기회"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1위 업체로의 도약을 위해 북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경쟁자인 GM과 포드가 실적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도요타는 더욱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고 있어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는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 도요타가 캐나다 온타리오 주 남부 우드스탁에 북미 제 7공장을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연료절약형 하이브리드카의 주력 생산기지도 북미 지역으로 옮겨 전방위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 빅3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도요타의 확장전략은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도요타는 이미 지난 2월 현재 6개인 북미 공장을 2010년까지 8개로 늘려 GM을 추월, 당당히 세계 1위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온타리오에 제 7공장 건설..젊은 층 집중 공략
당초 도요타는 북미 제 7공장 부지로 온타리오 외에 미시시피 북부, 아칸소 서부, 멤피스 인근 등도 고려했으나 결국 온타리오를 낙점했다.
캐나다는 미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한데다 근로자 임금, 건강보험 등의 비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해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미 온타리오 주 캠브리지에는 연산 25만대 규모의 또다른 도요타 공장이 존재하고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제 7공장에서는 젊은층을 겨냥한 소형 스포츠 쿠페와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을 중점 생산할 전망이다. 도요타는 7공장 건설의 이사회 승인이 끝나자마자 조만간 제 8공장 부지도 물색할 예정이다. 8번째 공장의 예상 부지나 주력 생산 모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도요타의 북미 지역 공장은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텍사스 샌안토니오, 멕시코의 티후아나, 캐나다의 온타리오 캠브리지, 켄터키 조지타운, 인디애나 프린스턴에 각각 위치해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샌안토니오 공장은 내년 오픈한다.
생산량의 경우 조지타운 공장이 50만대로 가장 많다. 프레몬트(37만대), 프린스턴(30만대), 온타리오(25만대), 샌안토니오(15만대 예정), 티후아나(3만대) 등이다. 도요타는 샌안토니오 공장이 건립되면 북미지역 생산량을 160만대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카 생산기지도 미국으로 이동
도요타는 제 7공장 설립과 별도로 연료절약형 하이브리드카의 주력 생산기지를 북미 지역으로 옮길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도요타의 유명 모델인 캠리 하이브리드카를 미국에서 생산키로 했다. 도요타는 켄터키 주 조지타운 공장에서 이르면 오는 2006년 초부터 캠리 하이브리드카 생산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 프리우스, 소형 코롤라 하이브리드 카의 북미 지역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우스와 코롤라 하이브리드 카 생산기지는 캘리포니아 주의 프레몬트가 유력하다. 생산 시기는 내년 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WSJ은 전했다. 프레몬트는 도요타와 GM의 합작법인인 뉴유나이티드 모터 매뉴팩처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도요타는 GM과 다양한 종류의 하이브리드 카를 공급하기 위해 활발한 기술 공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릭 웨고너 GM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중순 일본을 방문, 도요타 최고 경영진과 만나 기술협력 세부사항을 논의한다.
GM과 도요타는 1980년대 이후로 오랜 협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999년 대체연료 자동차 개발을 위한 5년 간의 공동연구에 합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의 하이브리드 카 기술협력이 성사될 경우 도요타가 오는 2007년부터 차세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등에 사용 예정인 듀얼 모드 하이브리드카 기술을 GM으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GM도 도요타의 프리우스에 장착된 휘발유-전기 기술을 습득할 것으로 내다봤다.
◇왜 미국 공장인가? 외교마찰 피하면서 세계 1위 노린다
도요타의 공격적인 미국시장 공략은 외교마찰을 피하면서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의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지난해 도타는 미국 내에서 전년비 10.4% 증가한 206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반면 GM과 포드의 판매실적은 날로 하락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정크등급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이렇듯 민감한 시기에 일본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북미로 들여온다면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 업체들은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개입을 통해 엔 약세를 유도하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GM의 릭 왜고너 CEO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 약세를 통해 불공정한 이득을 누리고 있다"며 거듭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 지역에 공장을 건설할 경우 이같은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 때문에 도요타는 미국 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해 마찰을 피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 지역을 장악하지 못하면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업체가 될 수 없다는 계산도 존재한다. 도요타 미국법인의 데니스 쿠에노 이사는 "이머징마켓에서 아무리 점유율을 늘려봤자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가장 이익이 많이 나는 시장"이라며 "우리는 미국 시장에서 성장해야만 한다"고 거듭 말했다.
도요타는 잇따른 공장 건설로 작년 말 12.2%인 미국 시장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요타에게 있어 15%는 일종의 `매직 넘버`다. 미국 시장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리면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도 15%로 늘릴 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15%는 현재 업계 1위인 GM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기도 하다. 때문에 도요타는 북미 시장에서 반드시 15%의 점유율을 달성해 세계 1위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