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웨일 “망막진단으로 심혈관질환 예측…구글과도 엎치락뒤치락했죠”

  • 등록 2024-07-17 오전 7:56:09

    수정 2024-07-23 오전 7:15:59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숫자는 변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질병의 예방·관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비침습적인 망막 촬영으로 각종 질환을 진단하고 발병 가능성을 빅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 수치로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떨까? 발병 가능성의 변화를 숫자로 받아들 수 있다면 환자의 생활습관 개선 및 복약 순응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수요를 기술로 구현한 기업이 있다. ‘닥터눈’ 개발사 메디웨일이다.

시장성을 본 건 구글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구글도 망막 촬영을 통한 질병 예방·관리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메디웨일은 타깃 질병 중에서도 요즘 ‘핫’한 당뇨 관련 질환에 초점을 둔다. 메디웨일의 대표 제품 두 가지가 당뇨 환자들이 걸리기 쉬운 심혈관질환과 만성콩팥병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이사 (사진=메디웨일)


“기술력으로 글로벌 선두”…‘드 노보’로 美허가 추진

서울 강남구 메디웨일 본사에서 만난 최태근 대표이사는 기술력으로 메디웨일이 망막 촬영에 기반을 둔 의료AI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로는 의료보험·건강검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한국의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꼽았다.

최 대표는 “2016년 12월부터 꾸준히 망막 촬영 데이터를 모아 현재 200만장의 망막 촬영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경쟁사에서 10만건 이하면 충분히 딥러닝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데이터의 절대량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6~2017년 사이 망막으로 여러 질환을 진단·예측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시작됐고 이 시기 구글도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며 “메디웨일이 특허를 출원한 기술 중 안질환과 전신질환을 동시 예측하는 진단보조장치와 관련된 것은 구글보다 선행한 기술로, 구글보다 빠른 우선일(2017년 8월25일)을 선점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닥터눈’(영문명 ‘Reti-CVD’)은 경동맥 초음파 검사,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의 대체재로 이용될 수 있다. 닥터눈은 이중 가장 예측도가 높다고 알려진 심장 CT와 예측도가 유사하고 경동맥 초음파 검사보다는 예측도가 우수하다. 심장 CT를 위해서는 큰 기계와 방사선사,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필요하고 방사선 노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닥터눈을 위해서는 CT 기계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안저카메라와 간호사만으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검사 시간도 약 30초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국내 경동맥 초음파의 진료비 규모를 연간 5000억원 정도로 추정한다. 회사는 이를 토대로 국내에서만 4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장 규모가 500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본다.

메디웨일은 내년 닥터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표로 내년 상반기 중 드 노보(De Novo) 트랙으로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FDA 의료기기 승인 절차는 드 노보와 510(k)로 구분된다. 510(k)이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 이미 허가를 받은 경우 기존 제품과 성능의 동등성을 입증해 받는 인증이라면, 드 노보는 새로운 헬스케어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종합 검토해 내리는 ‘최초’ 승인이다.

최 대표는 “510(k)와 달리 드 노보 인증은 선례가 없는 경우이기 때문에 FDA를 설득하는 데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선두에서 시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면서도 “오리지널 신의료기술을 미국의 자국 기업보다 먼저 FDA에서 허가받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기술력을 앞세워 만성콩팥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 ‘닥터눈 CKD 콩팥위험평가’도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그전까지는 닥터눈의 국내 매출 확대, 미국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한다. 최 대표는 “닥터눈은 지난 2023년 6월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지정되면서 국내 임상현장에서 비급여로 쓰이고 있고 해외에서는 닥터눈 출시까지 앞으로 1년반~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메디웨일이 개발 중인 만성콩팥병 진단프로그램 ‘닥터눈 CKD 콩팥위험평가’. 안저검사로 만성콩팥병 발병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자료=메디웨일)


의료AI, 임상현장서 존재감 드러내려면?

지난해 대장주 루닛(328130)을 필두로 시장에서 많은 의료AI 기업들이 주목받았지만 실제로 유의미한 매출을 내고 있는 의료AI 제품은 뷰노(338220)의 ‘뷰노 메드 딥카스’(이하 딥카스) 정도다. 국내 의료AI 기업이 시판 중인 의료AI 단일 품목 중 국내 매출로 1위를 차지하는 이 제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95억원이다.

최 대표는 의료AI가 시장에 빨리 안착하려면 △임상현장에서의 미충족 수요를 겨냥하면서도 △의료인의 작업흐름(workflow)을 해치치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의료진의 수고를 덜어주는 차원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줘야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가 생긴다는 것이다. 동시에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그 제품을 도입했을 때 기존에 의료진에게 익숙한 작업순서가 깨지고 새로운 것이 끼어드는 느낌을 받는다면 바쁜 현장에서 빠르게 확장성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대입하면 닥터눈은 전자의 이용가치는 있다고 하더라도 후자의 조건은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일반적인 내과의사의 작업흐름에 끼어드는 새로운 처치(안저카메라 촬영)라는 측면에서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내과에서 닥터눈을 쓰려면 안저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은 빠른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안저카메라를 도입했을 때 이점이 다양해 허들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는 “대사증후군 환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장기가 바로 눈”이라며 “이런 이유로 당뇨 환자들은 6개월~1년 마다 안저카메라 촬영이 권고되고 있고 정책적으로도 정기적인 안저검사가 당뇨 클리닉 적정성 평가 항목에 속할 정도로 내과 입장에서 안저카메라를 설치했을 때의 인센티브가 있다”고 부연했다.

회사는 안저카메라 회사와 협업해 안저카메라와 닥터눈을 함께 구매하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최 대표는 “닥터눈과 안저카메라를 함께 출시하면서 카메라 가격이 기존 가격 대비 30~40% 저렴해졌다”며 “내과에서는 장비가격 회수 시점도 장비 구매에 중요한 요소인데 닥터눈을 통해 안저카메라를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에게 닥터눈을 통한 심혈관 검사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침투는 더 긍정적으로 본다. 최 대표는 “한국과 달리 안과 의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유럽, 미국에는 이미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눈을 검사하는 AI 기기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사용 중인 시스템에 우리 소프트웨어만 올리면 돼 오히려 한국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16년 설립된 메디웨일의 누적 투자규모는 150억원이다. 현재 시리즈B2 펀딩을 진행 중인데 여기서 조달한 자금으로 닥터눈 CKD 콩팥위험평가 개발 및 닥터눈의 FDA 인·허가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오는 2026년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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